국민의힘이 결국 신임 대표 선출 없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하게 됐다. 총선을 4개월가량 앞두고 여당 권력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다음 주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14일 3선 이상 중진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고 비대위체제 전환에 합의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비대위 구성 절차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구성해야 할 비대위, 공관위, 선대위 등 3가지 큰 조직이 있다"며 "이 조직을 어떤 순서로 구성할 것인지 새 비대위원장이 의원들 의견을 듣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 내각에서 '스타장관'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우선 거론된다. 당초 올해 말 내년 초 등판이 유력했지만 국민의힘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등판 시점이 앞당겨졌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도 후보군에 속한다.
한 장관은 높은 인지도와 세련된 언변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정치 경험 부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은)현재 보수 진영 내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며 "거기서 나오는 리더십을 무시할 순 없다. 한 장관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화제성만으로는 한 장관만 한 사람은 없는데 정치적 경험이 없다"며 "정무적 한계를 보완해줄 수도권 출신 3선 이상 전·현직 중진의원들이 비대위에 합류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인선되는 비대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 등 조직을 구성하고 공천과 인재 영입 등 선거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수도권 위기론'을 타파하고 총선 전반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자리에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이 임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임명을 한다면 정부가 당을 장악하는 모양새"라며 "비대위원장은 총선을 이끌 경륜과 갈등 조정 능력, 상황 돌파력이 있어야 하는데 한 장관과 원 장관은 이런 부분이 검증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15일 이후 비대위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대위원장 후보를 선정하는 시점도 윤 대통령 귀국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기현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 의장 등도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대표가 윤 대통령 국빈 순방 중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돼 송구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