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하면서 '금리 정점론'에 더 무게가 실렸다. 연준도 내년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에둘러 언급했다.
다만 미국은 물론 한국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 내외를 훌쩍 웃도는 3%대를 기록 중이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양국 통화 당국은 시장 기대가 과도하게 확산하는 걸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연준은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기준금리를 기존 5.25~5.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연준은 발표 직후 성명서를 통해 "고용률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도 지난 1년간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 목표치(2%)를 달성하기 위해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가 정점 부근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인하 시점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FOMC 회의 참석자(19명) 중 가장 많은 6명이 내년 금리 수준을 4.5~4.75%로 예상했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 환호에는 일정 부분 찬물도 끼얹었다. 단기간 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간신히 잡혀 가는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고 환율과 시중금리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어서다. 파월 의장은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연준 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금리 인하 시점 논의는) 위원회가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한국은행도 결이 비슷한 반응을 내놨다. FOMC 회의 관련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한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연준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는 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 긴축 기조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한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단기적인 금리 기준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복합적인 측면에서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가계대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해 나가며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내 긴축 기조가)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