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에서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내에서 총 854만명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자로 분류,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중국 법원 자료를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중국 생산가능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채무불이행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가계부채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재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64%로, 지난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고용이 급격하게 둔화하면서 카드 대금을 갚지 못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초상은행에 따르면 이달 신용카드 대금을 90일 이상 연체한 채무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26% 증가했다. 중국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한 이후 발표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집과 차 등의 담보를 압류 당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부동산연구회사인 차이나인덱스아카데미의 통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 중국 내에서 총 58만4000건의 압류가 진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특히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 이용이 차단된다. 중국에서는 현금·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모바일 결제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경제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본인을 비롯해 가족들도 정부 관련 기관에 종사할 수 없고, 고속철도와 유료 국도 등 교통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경제 주체로서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 없지만, 개인 파산 관련 법도 부재해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기 둔화로 악화된 중국의 시장 신뢰도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T는 "채무불이행자 수가 늘어날 경우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더욱이 개인 파산법도 부재해 가계부채가 사회에 가할 충격을 완화할 방법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