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의 하이부동산]"마피 1억원에 급매 처분"…공급폭탄 대구 '마이너스 분양권' 속출 

2023-12-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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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5만 가구 입주…내년에도 2만3000가구 이상 입주

㎡당 평균매매가격 10% 하락…핵심 입지도 마피 1억~2억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미분양 전국 1위’의 오명을 기록 중인 대구에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의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매물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요가 한정적인데 공급 물량은 쌓이면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게 돼 매수세가 붙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국토교통부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는 191가구 늘어난 903가구를 기록했다. 대구 전체 미분양 아파트는 8개월 연속 줄었으나 1만376가구를 기록하며 여전히 전국 1위(1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청약 당시 성적은 무난했으나 미분양이 쌓이며 해당 단지 분양권이 마피에 급매 처분되는 경우도 많다. 
대구 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역대 최대 공급물량이 쏟아지며 올해 대구 아파트 시장은 입주 시 마피가 당연한 분위기였고,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낮은 마피에도 안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년에는 금리인하 가능성 등으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달서구 해링턴플레이스감삼 전용 84㎡는 최근 마피가 지난달 3000만원선에서 더 오른 8000만원까지 나왔다. 분양가 5억9500만원인 이곳은 지난 10월 5억6827만원에 손바뀜되는 등 올 6월 이후 꾸준히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돼 왔다. 달서구 달서코아루더리브 전용 84㎡도 분양가 5억1915만원에서 마피가 8000만원 형성돼 4억원 초반대에 분양권 매물이 나와있다. 두 단지 모두 지난 5월 사용승인이 난 곳이다. 

달서구 죽전역시티프라디움은 전용 84㎡ 기준 분양가 6억780만원에 마피가 1억원까지 붙고 있다. 지난달 20일 5억698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5억440만원에 매물이 여러 건 나와있다. 중구 대구역제일풍경채 전용 84㎡는 5억3000만~4000만원대 분양가보다 약 9000만원 떨어진 가격인 4억408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돼있다. 지난달 14일에는 4억4770만원에 주인을 찾기도 했다.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다수 나와있는 대구 동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사진박새롬 기자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다수 나와있는 대구 동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사진=박새롬 기자]

'대구의 강남'으로 꼽히는 수성구 분위기도 냉랭하긴 마찬가지다. 분양가 8억1200만원인 더샵수성오클레어는 전용 84㎡ 매물이 마피 1억7000만원에 나와있다.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수성구 수성뷰웰리버파크는 전용 84㎡ 매물이 마이너스 프리미엄 9702만원이 붙은 5억7838만원에 올라왔다.

수성구 중동 수성센트럴화성파크드림은 이달 들어 분양가 6억3000만원(발코니 확장 포함)에서 마피 8000만원이 반영된 5억5000만원대에 나와 있다. 청약 경쟁률 1.84대 1이던 수성구 파동 수성해모로하이엔은 전용 59㎡ 미분양 물량이 아직 남아있어 분양가(3억3600만원)의 10%가 넘는 수준인 마피 3500만원에 매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대구 분양시장이 유독 얼어붙은 것은 그간 공급이 과도했던 영향이 크다. 주택공급이 몰리며 미분양이 적체돼 집값이 떨어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대구 공급 물량은 3월 4085가구, 9월 7943가구 등 연간 역대 최다 분양 물량인 3만4784가구를 기록했다. 공급 과잉으로 신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며 기존 집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대구 아파트 ㎡당 평균매매가격은 403만1000원으로, 1년 전 447만3000원보다 9.9% 하락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미분양 위험은 지방 지역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구는 지난 2분기 초기분양률 28.5%로 전국 71.6%보다 낮다"며 "미분양 리스크 관리 목적으로 분양 자체 연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배후수요가 부족한 지방은 실질적 미분양 리스크가 더욱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공급량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R114 의뢰한 통계에 따르면, 내년에도 대구에는 2만3457가구 입주가 예정돼있다. 이는 수도권 제외 전국 시도 가운데 경북(2만3841가구) 다음으로 많은 물량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사진박새롬 기자
대구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단지 일부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

다만 대구에서도 예외적으로 마피가 아닌 억대 프리미엄 붙는 곳도 있다. 핵심 입지, 최고층 등 요소가 있는 범어동 '수성범어W' 전용 84㎡ 분양권은 분양가 7억3000만원에서 5억~6억원 오른 12억9000만원에 지난 10월 말 거래됐다. 현재 같은 면적 분양권은 프리미엄이 5억원에서 최대 8억원 넘게도 붙은 채 매물로 나와있다. 

앞서 대구 미분양이 극심했던 2010년 전후로 분양가 할인을 했던 미분양 단지들이 향후 가치 상승으로 알짜 단지가 된 선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는 2009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이후 2년 넘게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해 2011~2012년 분양가 20%까지 할인분양을 진행했다. 이후 미분양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상승, 현재 대구 전역을 통틀어 대장아파트로 꼽힌다. 이곳 펜트하우스 전용 240㎡은 지난 8월 54억원에 매매되며 8년만에 33억원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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