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20% 할인, 중도금 무이자 전환, 발코니 확장비 제공···.'
미분양에 시달리는 대구를 중심으로 건설사들이 공격적인 분양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분양가 할인을 비롯해 잔금 납입 전 입주지원금 선 지급, 옵션 무료 제공에 분양가 일부만 내면 먼저 거주할 수 있게 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당장 수익성은 악화되겠지만 자금 경색이라는 더 큰 리스크를 떠안기 전에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만촌동 '만촌 자이르네'는 기존 10억7000만~11억5000만원이던 전용 84㎡ 분양가를 층별로 17~25%가량 낮췄다. 또 원 분양가 대비 34%를 내고 24개월 거주한 후 매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도 최근 도입했다.
수성구 신매동 '시지 라온프라이빗'은 분양가 대비 10%인 최대 7000만원까지 입주지원금과 잔금 납부 유예, 중도금 무이자, 시스템에어컨 무상 시공 등을 약속했다. 후분양 단지인 이곳은 전용 84㎡ 분양가가 7억5990만~7억998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을 빚는 등 분양 시작 직후부터 미분양에 시달렸다. 할인 분양 카드를 꺼낸 후 기존 입주자들이 크게 반발하자 기분양자에게도 같은 혜택을 적용했다.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스타힐스'는 지난해 말부터 분양가 10% 할인에 중도금 무이자 전환 등을 진행해 최대 1억원 정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선착순 분양 당시 일반분양 201가구 중 실계약자는 10명 내외에 그쳤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달서구 두류동 '두류역 서한포레스트'는 약 100가구 미분양분에 대해 20% 상당 분양가 할인에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미분양이 꾸준히 쌓이고 있어 할인 분양 등 자구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로 정부 위험 수준(6만2000가구)보다 많다. 특히 대구(1만3565가구)와 경북(9221가구)이 전체 미분양 물량 중 30%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미분양은 총 1만2257가구다.
할인 분양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브랜드 가치 하락이나 인근 시세 추가 하락 등 리스크를 안고 있어 건설사들로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분양 마케팅 비중이 커졌다. 미분양 물량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는 직접 소비자를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겨우 완판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인건비 등 분양 홍보 비용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할인 분양, 마케팅 비용 상승은 건설사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자금 조달 환경 위축에 따른 비수도권 중심의 미분양 주택 증가로 인해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사 매출 감소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