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의 비둘기파 전환이 약(弱)달러의 문을 열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외환시장에서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8월 중순 이후 최저치인 장중 102.60까지 떨어진 후 0.3% 하락한 102.82에 마감했다. 달러 인덱스는 이달 들어서 3% 넘게 하락하는 등 2022년 11월 이후 최악의 월간 하락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날 달러 약세를 부추긴 것은 매파로 통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비둘기파적 발언이었다. 월러 이사가 앞으로 몇 달 내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후 달러 약세는 더 가팔라졌다. 그는 “수개월 동안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이 계속되는 것을 본다면-이것이 3개월, 4개월, 5개월 등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인플레이션이 낮아졌기 때문에 정책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 성장 둔화와 함께 연준이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달러 가치를 끌어 내리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미국 경제 지표들이 경착륙과 연착륙이 혼재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미국의 11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102로 전달(99.1)보다 반등했고, 미국의 9월 연간 주택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1% 오르는 등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리치몬드 연방 제조업지수는 10월 3에서 11월 –5로 하락하며 경기둔화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유로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의 등 이번 주로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발표 및 이벤트를 주시한다. 이를 통해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달러 약세에 엔화 가치는 0.8% 오른 달러당 147.49엔을 기록했다. 이달 초 152엔 가까이 하락했던 엔화는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화는 3개월 반 만에 최고치인 1유로당 1.1009달러까지 오른 후 0.3% 상승한 1.0981로 마감했다. 파운드화는 전장 대비 0.4% 오른 1파운드당 1.2685달러를 기록하며, 9월 1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