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이 내달 4일 간담회를 갖고 엔저(엔화 약세)의 장단점을 논의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엔화 약세를 선호해온 일본 재계가 관련 간담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으로, 일각에서는 앞으로 엔화 가치가 반등(엔화 환율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비공개로 열리는 이번 간담회에는 게이단렌 회장을 맡고 있는 토쿠라 마사카즈 미쓰비시 스미토모화학 회장을 비롯한 게이단렌 주요 간부들이 참석해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결과는 대중에 공개되지 않는 대신 향후 정책 권고 사항에 반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나타난 것과 같은 급격한 엔화 약세는 오히려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일본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에너지 가격 역시 대폭 오르게 되고, 이는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130엔을 밑돌던 달러 당 엔화 환율은 지난 달 151.9엔까지 오르며 작년 기록했던 32년래 최고치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후 엔화 환율은 달러 당 148엔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150엔 근처에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들어 속도가 완화됐지만 그럼에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간 반면 일본은행(BOJ)은 경기 진작을 위해 초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 양국 금리차가 확대됐고, 이는 다시 엔화 약세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했던 것이, 3분기에는 -2.1%로 역성장했다. 고환율 및 고물가에 따른 소비 둔화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BOJ은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속도가 물가 상승 속도에 비해 '너무 느리다'며, 게이단렌 등에게 임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BOJ가 정책 기조를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BOJ는 이미 지난 달 내부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종결에 대한 준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BOJ는 단기금리는 -0.1%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장기금리는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을 1% 수준에서 관리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를 실시하고 있다.
닛케이는 28일 "BOJ의 제로 금리 정책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며 "BOJ는 내년 봄 노사 임금 교섭 및 소비 지출 결과를 확인한 후 이르면 2024년 상반기에 (초완화 정책) 해제를 결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경우,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것이라고 닛케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