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세수 결손 사태 속에서도 여야 모두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심성 퍼주기' 예산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여당은 각종 현금성 지원 사업 증액에 나섰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 예산안에 대한 칼질과 함께 문재인 정부 때 사업을 부활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 재정 여건이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정치권 포퓰리즘이 부담을 더 키우는 상황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와 여당이 정부 예산안 본회의 자동부의를 위해 예산안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등을 위해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처리를 미뤄두고 있다"고 맞섰다.
국회 예산안 처리를 위한 법정 기한이 다가오면서 여야 간 대치는 더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상임위 17곳 중 13개 상임위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전체회의나 예산소위를 통과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등 6곳에서는 야당 단독 의결이 이뤄졌다.
야당 측 행보는 윤석열 정부 예산안에 대한 칼질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 정부 국정 과제인 원전 생태계 정상화 관련 예산 1813억7300만원 전액과 청년 취업 관련 예산 2382억원을 삭감한 게 대표적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과 맥이 닿아 있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예산(4500억9300만원)과 지역화폐 확산 예산(7053억원)은 증액했다.
여당은 민생 살리기를 강조하며 젊은 부부와 청년, 노인,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40개 사업 예산을 늘려 잡았다. 노인 임플란트 지원 확대, 명절 반값 여객선 운영,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확대, 온누리상품권과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발행 확대 등 현금성 지원 사업이 대부분이다. 다만 증액 규모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예결위원장과 양당 예결위 간사는 27일부터 소소위(예산소위 내 소위원회)를 열고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안 심사를 이어간다. 소소위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지난해처럼 정기국회 처리 기한을 넘길 수 있다.
여야 간 증액 경쟁은 가뜩이나 적신호가 켜진 내년 재정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국세수입이 정부 전망보다 6조원 적게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갈 돈 늘릴 생각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편성한 예산이 국민들을 위해 쓰인다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선심성 예산이 돼선 곤란하다"며 "향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