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美.中 전술적 휴전 …그 다음은 금융전쟁?

2023-11-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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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먹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 중국의 경제위기
내수소비의 GDP기여도가 67%나 되는 중국은 지금 수출이 아니고 소비심리가 문제다. 견제세력 없는 시자쥔(習家軍)으로 불리는 예스맨 중심의 관료들의 오판과 3년간의 코로나 봉쇄와 부동산 규제의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미국에서 “바보야 경제야”라는 것이 선거승리의 철칙이지만 이젠 세계2대 경제대국이 된 중국 역시 경제가 문제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경제는 심리야”라는 것을 간과했다. 통상 소비가 두 자릿수 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에 7월 소비가 2.5%로 추락했고 그냥 두면 마이너스로 추락할 위험에 처하자 중국 정부는 8월에만 28가지 경기부양책을 퍼부었다. 그러나 정책 효과가 나오려면 적어도 1~2분기는 지나야 한다.
지금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의 명동인, 난징루 거리에 사람은 넘치지만 손에 쇼핑가방이 안보인다. 중국은 지금 불안하면 사지는 않고 먹기만 하는 전형적인 '립스틱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불안하면 달든지, 맵든지 둘 중 하나를 원한다. 한국도 그렇지만 중국도 매운 훠거와 달달한 탕후루 집이 자고 나면 늘어난다.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도파민 효과'다.
중국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 나라(以食爲天)”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 중국 정치인들은 외부의 적보다 14억 인민의 민심이 더 무섭다. 중국 정부는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에 내수가 급락하는 상황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외국인도 버리고 가는 중국이라는 인식이 14억의 인민들의 뇌리에 박히기 전에 이를 속히 되돌릴 대응책이 필요했다.
미국은 표심(票心), 중국은 돈심(錢心)에 급했다.
미·중의 정상이 1년 만에 샌프란시스코 G20정상회담에서 만났다. 세계 경기하강, 중동의 지정학적불안 속에서 시원한 합의가 나왔으면 좋았지만 결과는 별게 없었다. 2022년 발리회담은 180분이었지만 이번 샌프란시스코 회담은 150분으로 짧게 끝났다. 양 정상이 그간 얘기했던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복습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럼에도 양 정상이 만난 것은 대선을 앞둔 미국은 표심이 급했고, 하반기 들어 급속히 늘어난 외국인의 자금유출에 당황한 시진핑은 돈심 잡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지율 최악인 바이든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재선은 어렵다. 80년 이후 미국 대선을 보면 '2%룰'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선거 해에 2%대 미만의 GDP성장률이 나오면 예외 없이 집권당이 패배했다. 2024년에 미국 경제성장률을 2% 이상 전망하는 기관은 한 군데도 없다.
모택동의 친필인 '홍기(紅旗)' 로고가 선명한 중국차를 타고 바이든을 만난 시진핑은 투심 잡기에 급했다. 미국의 탈중국 요구, 그리고 환율절하에 따른 환차손 위험 때문에 외국인의 대중국 FDI 감소와 증시에서 자금유출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기부양이 급한 중국 경제에 외국인의 자산매도는 소비심리에 찬물을 퍼붓는 형국이라 시진핑은 이를 빨리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미중의 “전술적 데탕트시대”의 도래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디리스킹(de-risking)하자고 블링컨 국무장관, 옐런 재무장관, 켈리 기후대사, 러몬도 상무장관을 줄줄이 베이징으로 보냈지만 모두 빈손으로 돌아왔다. 중국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진핑은 미국을 방문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블링컨 국무장관과 정상회담 사전 조율을 끝내고 이례적으로 발리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합의했다는 5불정책이 제대로 안 먹히면 정상회담에서 성과 내기 어렵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5불정책 안에는 바이든의 대중정책의 핵심인 “동맹을 통한 대중국 봉쇄”와 “대만문제 간섭말라”는 것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별 소득이 없을 것이란 것을 추정하게 했다.
미국은 핵심기술의 대중봉쇄, 대만문제에 대한 전략은 불변이고 다만 이것 빼고는 서로 충돌하거나 싸우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은 독재자인가”라고 작정하고 질문한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은 “그렇다”라고 대답해 중국 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대만문제에 대한 확답도, 첨단기술 봉쇄해제나 반중동맹에 관한 답도 얻지 못했다.
양국은 군사분야 소통채널, 마약과 인문관광 교류 정도에 합의했을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G20에서 미·중 정상은 지금 이대로 현상 악화 없이, 미국 대선과 중국 경기회복에 도움 안되는 충돌을 “전술적으로 피하는 휴전”을 하자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찌를 세 번째 창은 금융
전쟁은 자기가 강한 것으로 하는 것이다. 미국이 가장 강한 것이 금융이고 중국이 가장 약한 것이 금융이다. 1980년대 일본과의 전쟁에서 공화당의 미국은 금융의 칼로 일본을 해체했다. 중국의 지금 모든 위기론의 배경에는 금융이 있다.
자금 조달의 90% 이상을 은행 차입에 의존하는 금융구조가 기업부채, 지방부채, 부동산, 국유기업부실 문제의 근본적인 배경이다. 중국은 금융문제를 극복하고 금융시스템을 환골탈태 시키지 않으면 “중국의 꿈”도 일장춘몽일 뿐이다.
중국은 자생력 약한 허약한 금융을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수조 속 메기가 필요하고 그 메기는 외국인이다. 이번 시진핑의 미국 기업인과의 만찬에서 시진핑과 헤드테이블에 같이 앉은 21명의 CEO 중 7명이 금융인들이었다. 이는 제조업의 탈중국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업계의 중국에 대한 관심을 말해준다.
미국과 중국의 전술적 휴전 이후 나올 새 전쟁은 금융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 7년간 무역전쟁, 기술전쟁을 했지만 중국을 좌초시키지 못했다. 지금의 여론조사대로라면 2024년에 바이든보다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중국을 공격할 세 번째 창은 기술이 아닌 “금융의 창”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을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일하게 하는 나라가 선진국이고 고수다. 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3%다. 삼성이 40조원 이익 내면 21.2조원은 외국인이 가져간다. 반도체 하나 빼고는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어진 한국, 제조업에서 중국에게 당했다고 비관만 할 때가 아니다. 미·중의 금융전쟁에서 한국은 '어부지리의 수'를 노려야 한다.
한국은 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인에게 시달리며 배운 30년 금융의 노하우를 활용해 미·중의 금융전쟁에서 제조업에서 번 것 이상으로 크게 벌 궁리를 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
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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