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17일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등 36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이 공동해 각 원고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한 행위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행위로 인해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 지원 공정성에 대한 문화예술계와 국민의 신뢰가 훼손됐다"며 "그 피해의 정도가 쉽사리 가늠하기 어렵고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퇴출 등을 목적으로 만든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씨 등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017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구성된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따르면 원 전 원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의 퇴출을 지시하면서 청와대 지시에 따라 80여명의 연예인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방송 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추진, 비판 여론 조성 등 활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