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완의 India Insight] 인도, 대기오염에 속수무책 .. 인공강우 카드까지 꺼내지만

2023-1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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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대기오염
“요즘 숨쉬기 힘들 정도다. 회사는 잘되고 있어 좋은데, 공기 때문에 못살겠다.” 인도 델리에 사는 기업 주재원의 말이다. 어떤 직원은 애를 낳고 인도에서 키우지 못하고 공기 때문에 한국 부모님 댁으로 보냈다고 한다. 어린 아들에게 이런 공기를 마시게 할 수 없어 보고 싶고 마음 아프지만 하는 수 없이 떨어져 있다고 했다.
오랜 기간 델리를 경험한 필자도 10월 말 델리 공기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 델리라 일부러 연중 날씨가 가장 좋은 시기인 10월을 택해 갔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을 빠져나가 호텔에서 내려다보는 델리 풍경은 대낮인데도 희뿌옇다. TV 뉴스에서 4년 만에 델리 공기 질이 최악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휴대폰으로 공기 질을 확인해보니 ‘위험(Hazardous)’이다. 미세먼지 수치가 최악 500 중 458이었다. 이는 세계 보건기구 기준보다 100 더 심각한 수준이라 한다. 델리 초등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질 정도다.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10대 도시 중 6개가 인도에 속한다. 델리, 비와디, 파트나 등 총 6개 도시가 불명예스럽게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인도의 대기오염은 심각하다.
델리를 비롯한 북인도 지역의 공기 질은 당분간 나아질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최악의 공기 질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델리 사람들
델리는 지형적으로 분지에 속하고 겨울이면 바람도 잦아들고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로 접어든다. 여기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정체되면서 매년 겨울이면 공기 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월 시카고대학교 에너지정책연구소(EPIC)가 집계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해 델리의 기대수명이 약 12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델리의 공기는 단 68일만 '좋음' 또는 '만족'일 뿐 대부분 날이 나쁨, 매우 나쁨, 심각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 하루에 담배 10개비를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에 해롭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문제는 델리 대부분 사람은 이런 공기 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나 환경운동가, 호흡기 담당 의사, 기관지천식 환자 등 일부만 공기 질에 신경 쓰는 것 같다. 델리대나 네루대학교와 같은 인도 최고의 대학교수들도 필자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언급하면 매년 겨울이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것인데 하고 그냥 넘어가거나, 하리야나와 펀잡 같은 델리 주변 지역에서 가을 추수 후, 농부들이 논밭을 태우기 때문에 이렇다고 말한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델리 주변 지역에서 날아오는 연기는 델리 대기오염의 약 25%만 차지할 뿐 대부분의 오염원은 델리 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노후 차량 매연, 공사장 분진, 저감 장치 없는 발전소와 공장 매연, 난방 및 취사용 폐자재 소각 등이 주요 오염원인 것이다. 주변 지역에서 날아오는 연기가 미세먼지 농도를 악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델리 대기오염의 주요인은 아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올 6월 캐나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로 미국 뉴욕 하늘이 주황색으로 변했을 때 미세먼지 농도는 ㎥(세제곱미터)당 약 117마이크로그램이었지만 11월 초 델리 초등학교가 문을 닫을 때 미세먼지 농도는 이보다 거의 5배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즉, 델리 주변 지역에서 논밭 태우는 연기가 캐나다 최악의 산불 연기보다 심각하지 않음에도 델리 대기오염이 훨씬 더 심각한 것은 델리 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갈등과 무관심에 대법원까지 나서고 있지만, 효과 미미
연일 계속되는 최악의 공기 질 때문에 델리 주 정부는 건설 활동 제한, 차량 2부제 실시, 도로 물 뿌리기 등을 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인도 정부는 인공강우 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적으로 비를 뿌려 대기오염을 씻어내겠다는 계획은 대법원의 승인을 거쳐 이달 20일 경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기상 상황 변화로 연기된 상태이다. 이러한 인공강우 법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는 시도된 바 있지만, 인도에서는 처음 있는 계획이다.
델리를 비롯한 인도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 문제는 사실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왔다. '클린 인디아' 정책을 추진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중앙정부나 델리 주 정부 모두 사실 그동안 대기오염 문제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방치하거나 이용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인도 중앙정부는 힌두 근본주의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하고 있지만, 델리 주 정부는 야당인 ‘보통사람 정당(AAP)’이 집권하고 있다. 따라서 델리 공기 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BJP는 AAP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언급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델리 주 정부를 이끄는 AAP는 델리 주변 지역인 펀잡 주 정부도 집권하고 있지만, 핵심 지지기반인 농민들의 관행인 추수 후 논밭 태우기를 비난하면서 이를 금지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너무 커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종교문제까지 관련되면서 델리 대기오염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렵게 되고 있다. 델리 대기오염은 매년 인도 최대 축제 중 하나인 디왈리(Diwali) 기간 더욱 심각해진다. 불의 축제인 디왈리 기간 전통적으로 등잔불을 밝히고 폭죽을 터뜨리기 때문에 오염원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이에 인도 대법원은 디왈리(Diwali) 기간 ‘녹색 크래커(green crackers)’ 이외의 일반 폭죽 사용을 금지했지만, 델리 주 정부는 이를 강하게 규제하지 못해왔다. 이유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를 규제한다고 BJP를 비롯한 힌두 근본주의 단체 중 일부가 정치적으로 비난하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대기오염 문제에 인도 중앙정부나 델리 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인도 대법원은 2019년 이들 정부에 공기 정화시스템인 스모그 타워를 건설하도록 명령했다. 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2021년 델리 내에 2개의 스모그 타워가 건설되었다. 델리 중심가 코넛 플레이스에 설치된 스모그 타워 건설 비용만 250만 달러(약 2억2000만 루피)가 소요되었다. 인도 공과대학 IIT 조사에 따르면 코넛 플레이스 스모그 타워는 50m 내에서 약 70~80%, 300m 내에서는 15~20%의 대기오염 감소 기능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은 스모그 타워는 50m 내에서만 효과가 있을 뿐 델리 수도권 지역 3200만명이 넘는 거대 지역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예산 낭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최근 델리 주변 하리야나, 펀잡 등 주 정부에 농민들이 논밭을 태우는 행위를 즉시 중단시키고 이러한 관행에 대안을 찾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해당 주 정부들이 농민 표심을 의식해 미온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오염 국민 건강은 물론 경제발전과 국가 이미지 저해
대기오염이 국민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과학적으로 이미 검증되었다. 대기오염 피해로 사망한 사람이 인도 전체 사망자의 18%를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다. 특히, 노약자가 대기오염에 취약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인도 델리 공기 질이 나쁜 날에는 호흡기 의약품 판매가 6배 증가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도의 경제적 피해도 막대하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달버그 어드바이저스(Dalberg Advisors)가 청정 공기 기금(Clean Air Fund) 및 인도산업협회(CII, Confederation of Indian Industries)와 협력하여 수행한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대기오염으로 매년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 대기오염 때문에 인도 기업은 매년 95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내고 있다. 이는 인도 전체 GDP의 약 3%에 해당한다. 이는 인도 의료 예산의 150%에 해당한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대가는 노동생산성 저하, 소비 감소, 자산 감소, 의료비 증가 등 직간접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노동생산성 감소로 6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대부분은 공기 질 지수(AQI)가 300 이상을 자주 넘는 북인도와 동인도 지역에서 발생했다. IT 부문만 살펴봐도 공기 질이 나쁜 날 직원들의 출근율이 10% 감소하고 생산성은 3% 감소했다. 델리에 소재한 인도 IT 기업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필리핀 기업보다 경쟁 우위가 3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오래 전부터 인도 겨울철 스모그 때문에 델리나 콜카타의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은 일상이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관광, 기업들의 물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관광 및 보조사업에서 사라진 일자리가 80만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공기 질이 최악이라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 인도 관광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에 최악의 델리 대기오염을 경험한 필자도 자연스럽게 다음에 인도에 올 때는 겨울철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기오염은 스포츠와 인도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기 질이 최악인 지금 인도는 국제크리켓평의회(ICC) 남자 크리켓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는데, 참가한 일부 선수들이 공기 질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일부 팀은 의사의 조언에 따라 뉴델리에서 훈련 세션을 취소했다. 이렇게 대기오염 때문에 최근 인도 국가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모디 총리는 2036년 올림픽 게임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처럼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데도 타격이 예상된다. 따라서 인도는 하루빨리 최악의 대기오염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김찬완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연구소 소장 ▷인도연구소 HK+ 사업단장 ▷<남아시아연구> 편집위원장 ▷Editor-in-Chief, Journal of India and Asia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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