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집행 70% 미만 가석방 대상, 지난해 1500명 넘어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석방 허가 인원 중 형 집행률이 70% 미만인 수형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5.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형 집행률이 70% 미만인 수형자는 전체 가석방 인원의 1%를 넘지 않았다.그러나 2021년 2.4%까지 비중이 늘어난 후, 지난해에는 총 1585명이 석방되며 전체 가석방 인원의 15%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형 집행률이 60%가 안 되는 수형자가 전체 가석방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0%에서 지난해 0.4% 수준으로 확대됐다. 가석방 대상자 중 ‘전과 3범’ 이상의 수형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8년 1.6%(137명)에서 지난해 3.7%(383명)까지 늘었다.
교정시설의 노후·과밀화로 수감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대두하면서, 법무부는 꾸준히 가석방 제도 활성화를 위한 심사기준 완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2020년에는 법무부가 가석방 예비 심사 대상 기준 중 하나인 형 집행률을 기존 55~95%에서 50~90%로 완화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수용자 수 감축 측면에서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데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가석방 심사 기준의 완화에도 과밀화 지표인 교정시설 수용률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정시설 수용률은 2020년 약 111%에서 차츰 감소하다 올해는 8월 기준 117%로 반등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교도소·구치소 수용자 50명이 과밀 수용에 따른 고통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인 거실(기거하는 방)에 수용한 행위는 위법 행위”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용시설의 과밀화를 줄여서 범죄 유발 요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 정책적으로 수용 과밀 해소를 위해 가석방 제도를 활성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가석방 정밀 심사 도입, 구치소 등 교정시설 확충해야
다만 국내 가석방 제도 활성화에 앞서 가석방 심사위원회 등 국내 가석방 심사 기관이 더욱 정밀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무부는 현재 범죄의 경중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가석방을 심사하고 있다.윤 연구위원은 “가석방에 적합한 사람들을 잘 걸러내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부러 가석방을 받기 위해서 교정 생활 자체를 위장하는 ‘위양성’ 인원들을 가려낼 수 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가석방 심사 기준을 더욱 정밀하게 가다듬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밀한 가석방 제도의 설계와 충분한 교정시설 확충이 수반돼야 과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법정 구속 등이 많기 때문에 과밀 해소를 위해서는 가급적 불구속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원 대비 구치소가 많이 부족해 구치소에 수용돼야 하는 인원들이 교도소에 수용되기도 해 교정시설 확충이 문제 해결의 전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