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명 중 15명은 형기 70%도 안 채우고 석방…'콩나물시루 교도소'는 여전

2023-1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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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교정시설 사진연합뉴스
지방의 한 교정시설 [사진=연합뉴스]
교정시설 과밀화 등으로 지난해 가석방 허가자 100명 중 15명은 형 집행률의 70%도 채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용 과밀 해소를 위해 가석방 대상의 범위가 지속 확대됐지만, 정작 교정시설 수용률은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며 가시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형 집행 70% 미만 가석방 대상, 지난해 1500명 넘어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석방 허가 인원 중 형 집행률이 70% 미만인 수형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5.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형 집행률이 70% 미만인 수형자는 전체 가석방 인원의 1%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2.4%까지 비중이 늘어난 후, 지난해에는 총 1585명이 석방되며 전체 가석방 인원의 15%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형 집행률이 60%가 안 되는 수형자가 전체 가석방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0%에서 지난해 0.4% 수준으로 확대됐다. 가석방 대상자 중 ‘전과 3범’ 이상의 수형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8년 1.6%(137명)에서 지난해 3.7%(383명)까지 늘었다.
 
교정 당국이 교정시설의 수용 과밀 해소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지속적으로 가석방 기준을 완화하면서, 가석방 대상자가 대폭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가석방 대상이 크게 확대된 배경에는 교정시설의 과밀화로 인한 수용 인원의 증가와 코로나19 확산 등 교정 내·외적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교정시설의 노후·과밀화로 수감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대두하면서, 법무부는 꾸준히 가석방 제도 활성화를 위한 심사기준 완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2020년에는 법무부가 가석방 예비 심사 대상 기준 중 하나인 형 집행률을 기존 55~95%에서 50~90%로 완화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수용자 수 감축 측면에서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데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가석방 심사 기준의 완화에도 과밀화 지표인 교정시설 수용률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정시설 수용률은 2020년 약 111%에서 차츰 감소하다 올해는 8월 기준 117%로 반등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교도소·구치소 수용자 50명이 과밀 수용에 따른 고통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인 거실(기거하는 방)에 수용한 행위는 위법 행위”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용시설의 과밀화를 줄여서 범죄 유발 요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 정책적으로 수용 과밀 해소를 위해 가석방 제도를 활성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가석방 정밀 심사 도입, 구치소 등 교정시설 확충해야
다만 국내 가석방 제도 활성화에 앞서 가석방 심사위원회 등 국내 가석방 심사 기관이 더욱 정밀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무부는 현재 범죄의 경중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가석방을 심사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가석방에 적합한 사람들을 잘 걸러내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부러 가석방을 받기 위해서 교정 생활 자체를 위장하는 ‘위양성’ 인원들을 가려낼 수 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가석방 심사 기준을 더욱 정밀하게 가다듬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밀한 가석방 제도의 설계와 충분한 교정시설 확충이 수반돼야 과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법정 구속 등이 많기 때문에 과밀 해소를 위해서는 가급적 불구속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원 대비 구치소가 많이 부족해 구치소에 수용돼야 하는 인원들이 교도소에 수용되기도 해 교정시설 확충이 문제 해결의 전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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