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여의도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증권사 리서치센터 제도 개선에 대해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데 환영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특히 적극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발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난색을 표명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에서 중공업 섹터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리포트를 쓸 줄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공매도 마저 금지해 놓고 증권사에는 매도 리포트를 쓰라고 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은 당국과 증권사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비난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최근 백주대낮에 벌어진 애널리스트 '집단 린치' 사건을 이유로 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 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몰 부근을 지나던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을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카페 회원들이 둘러싸고 집단 린치를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소형 증권사 스몰캡(중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는 "매도 리포트를 통해 소신 발언을 하면 어떤 후폭풍을 겪게 되는지 최근 목도할 수 있었다"며 "금융당국이 법적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증권사라고 해도 이 같은 상황을 회사 차원에서 어떻게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의견 수렴과정을 더 거쳐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리서치센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업활동 없이 유지 분담금을 받는 것 자체가 '차이니즈월(정보교류 차단)' 위반 행위라는 것이다. 더구나 기여 없이 분담금만으로 조직이 운영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영업활동을 금지시켜 타 부서 지원을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만 부담하라고 하면 반감만 생길 것"이라며 "전통적인 리서치 업무만 하면 리서치센터의 효용 가치를 잃을 수 밖에 없어 결국 시대에 역행해 소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