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에 진입하면서 ‘D(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하락)의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생산자물가 역시 전달보다 낙폭을 키우며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동월 대비 0.2%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달치(0.0%)와 시장 전망치(-0.1%)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 월간 CPI는 지난 7월 -0.3%로 고꾸라지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됐다. 이후 8월 0.1%로 소폭 상승했으나 9월에 보합(0%)을 기록했고, 지난달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전체 식품가격은 -0.8% 기록하며 역시 전달(0.3%) 대비 크게 떨어졌다.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지난달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날씨가 맑아 전반적으로 농산물이 공급량이 넘쳤다”며 “명절(중추절·국경절) 이후 수요가 감소한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비식품가격은 전년 동월과 같은 수준을 보이면서 역시 전달(0.2%)에 비해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 변동의 영향으로 1.8% 상승한 반면 명절 이후 여행 수요가 감소하면서 항공권 가격은 7.7% 하락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마저 0.6%를 기록, 상승폭이 전달(0.8%) 대비 크게 둔화하면서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치(3%)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하락했다. 전망치(-2.7%)를 소폭 웃돌았으나 전달(-2.5%)보다 낙폭을 키웠다. 중국의 월간 PPI는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 국면에 머물고 있다.
PPI는 원자재·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이 반영된 지표로 제조업 경기 동향을 엿볼 수 있다. 통상 PPI가 하락하면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브루스 팡 존스랭라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수요 부진 속에서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위기를 끊어내는 것이 중국 정책당국자들에게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업 신뢰도와 가계 지출을 위협하는 인플레이션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4분기 경제지표는 중국의 경기 회복의 길이 여전히 순탄치 않음을 시사했다. 수입은 3% 성장을 기록하며 1년 만에 플러스 전환됐으나 수출은 -6.4%를 기록해 전달(-6.2%)보다도 낙폭을 키웠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한 달 만에 다시 기준선(50) 밑으로 떨어졌다. 비제조업 PMI 역시 시장 전망을 밑돌며 3분기 고조됐던 경기 회복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