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中 첨단제조업 미래" 5.5G 무장한 中 자동차공장

2023-11-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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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성 바오딩 창청자동차 공장 르포

화웨이·차이나유니콤 협력해 5.5G 지원

0.004초 응답·99.999% 정확도…5G 10배↑

생산라인 변경도 15분 만에...연 1조 절약 기대

中 제조업 'DX' 바람···고품질경제 新동력

3일 중국 허베이 바오딩 창청자동차 산하 부품기업 징궁자동화 공장 연구소를 방문한 내외신 취재단이 5G-A 기반 유연 생산라인 테스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화웨이 제공
3일 중국 허베이 바오딩 창청자동차 산하 부품기업 징궁자동화 공장 실험실을 방문한 내외신 취재단이 5G-A 기반 유연 생산라인 테스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화웨이]

다관절 로봇팔이 윙윙 소리를 내며 회전을 하고, 팔을 비틀며 작동한다. 선반에 놓인 집게, 용접토치, 글루건 등 도구를 바꿔가며 차체 부품을 운반해 용접한다. 그런데 생산라인에 유선 케이블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천장에 달린 작은 흰색 상자(미니 기지국)가 모든 로봇에 동시에 무선으로 작동 명령을 제어하는 사실상 ‘뇌’ 역할을 한다. 실시간에 가까운 4밀리초(ms, 1ms=0.004초)의 속도로 데이터가 수없이 왔다 갔다 하며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 신뢰도는 99.999%, 사실상 100%나 다름없다. 성능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향후 생산라인의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유지·보수도 할 수 있다. 모두 5G-A 기술을 활용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5G보다 10배 신속·정확" 5.5G로 무장한 자동차 공장
지난 3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초청으로 중국 내외신 취재단이 찾은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의 창청자동차 완성차 공장의 생산라인 모습이다. 이곳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이 창청자동차 산하 부품 업체인 징청궁커(精誠工科, 이하 징궁)자동화와 협력해 최초로 5G-A 기술을 도입한 공장이다.

5G-A는 5G 어드밴스(5G-Advanced, 5G 진화)의 줄임말로, 5.5G라고도 불린다. 쉽게 말해 5G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5G에서 6G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다.  

창청자동차는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 1위 업체다. SUV 브랜드 하포로 유명하다. 창청자동차는 지난달 새로 출시한 모델 ‘하포 멍룽(猛龍)’ 차체 상부 생산 공정에 5G-A를 우선적으로 돌입했다.

판지안 차이나유니콤 빅데이터 수석과학자는 "첨단 산업 제어 분야에서 전 세계 최초로 5G-A망을 깔아 99.999%의 초고신뢰도와 4밀리초의 초저지연(URLLC)을 실현한 생산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올해 징궁자동화 공장 실험실에서 5G-A 유연성 생산 테스트도 마쳤다. 징궁자동화는 창청자동차의 스마트 장비 및 자동화 생산라인 설계를 전문으로 맡고 있다. 

공장 내부 약 350㎡ 면적에 자리잡은 5G-A 생산라인에는 4대 로봇이 공장 전체 완성차 생산의 용접 공정을 대부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이 공장은 2교대로 매일 300~400대의 하포 멍룽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창청자동차는 향후 5G-A 기술을 용접뿐만 아니라 조립 등 전체 완성차 생산공정으로 확대 보급해, 이 공장을 아예 ‘5.5G 스마트 공장’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이어 쉬수이·충칭 등 타 지역의 공장에서도 차츰 5G-A 기술을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산라인 변경도 15분 만에···연간 1조원 절감 기대
사진화웨이 제공
위안잔장 징궁자동화 산업스마트사업부 부총경리가 내외신 취재단에게 5G-A 유연 생산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이는 중국 제조업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DX)의 현주소다. 특히 미국과 첨단 기술 전쟁을 벌이는 중국으로선 자국 중심의 산업·공급망 구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선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디지털 인프라를 깔고 낙후된 산업·공급망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를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가 5.5G다. 5.5G는 하나의 기지국으로 ㎢당 최대 100만개의 단말기를 연결할 수 있는 데다가, 데이터 전송 속도와 신뢰성 방면에서 5G보다 10배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게다가 무선환경 아래 각 생산라인도 ‘모듈화’ 운영으로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해짐으로써 유연화된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게 위안잔장 징궁자동화 산업스마트사업부 부총경리의 설명이다.

기존에 유선 케이블로 생산장비가 연결됐을 때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생산라인 장비를 변경하려면 7일씩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5.5G 무선환경 속에서 소프트웨어 조작만으로도 생산라인을 15분 만에 변경할 수 있게 된 데다가, 비용도 기존보다 70~80% 절감할 수 있다. 기존처럼 획일적인 생산 공정에 따라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제품을 쏟아내는 게 아닌 고객의 맞춤형 요구도 신속히 충족시킬 수 있는 소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무선 네트워크가 유선 케이블을 대체하면서 케이블 마모 등으로 인한 설비 고장 문제도 사라졌다.  위안 부총경리는 “기존 유선 케이블 제약으로 인한 공장 기계 중단시간만 1년에 60시간에 달했다”며 “5G-A 기술로 기계 고장이나 유선 케이블 유지·보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고 생산속도는 훨씬 빨라지면서 연간 8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미래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창청자동차는 이미 내부적으로 산업디지털화중심을 만들고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짜고 있다고도 했다.
 
中 제조업 'DX' 바람···고품질 경제 新성장동력
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 DB]

디지털 전환을 고품질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보고 있는 중국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 왔다. 특히 세계 최대 제조업 대국인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장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거의 30%를 차지해 13년 연속 세계 1위를 이어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중국의 디지털 전환 지출이 2022년 3239억 달러에서 올해 3861억 달러(약 506조원)로 19.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인 16.8%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이 5G 첫발을 뗀 지난 2019년부터 공업정보화부는 산업 분야에 5G를 융합시킨다는 이른바 ‘5G+산업인터넷’ 발전을 위한 '512프로젝트' 방안을 발표해 2022년까지 10대 중점업종에서 20개 5G 응용 시나리오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올해 7월에는 512프로젝트 업그레이드 버전을 발표해 최소 3000개 기업에서 최소 300개 5G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중국 정부 정책에 발맞춰 주요 제조업체들도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고 있다. 중국 의류브랜드 야거얼을 예로 들어보자. 차이나유니콤의 지원으로 야거얼은 전체 의류 제조공장을 5G '스마트 공장'으로 개조함으로써 완제품 반응속도를 기존의 15일에서 5일로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 주기는 기존보다 35% 줄였고, 생산 효율성은 25% 높였다. 

차이나유니콤은 이외에도 중국국제해상컨테이너그룹(CIMC), 지리자동차, 산시 팡팡 탄광 등에 5G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해왔다.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중국 내 자동차, 의류, 3C(컴퓨터, 통신, 가전제품), 가전제품, 섬유, 반도체 등 모두 67종 산업 분야에서 5G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5G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프로젝트만 7000여개에 달한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ICT 인프라 구축에 가장 적극적이다.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서 4월 “2026년까지 전 세계 디지털 전환 지출이 3조4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을 실현한 기업이든,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기업이든 시장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의 기술 제재로 스마트폰·통신장비 사업 부문에서 난항을 겪은 화웨이는 전략적으로 산업인터넷에 집중하며 제철소·탄광·항구·공장 등 중국 내 낙후된 산업현장을 스마트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오늘날 ICT인프라 사업부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며 화웨이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배경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5.5G 개념을 꺼내 통신기술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화웨이는 2024년을 5G-A 상용화 원년으로 삼아 5.5G 장비와 솔루션을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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