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새롭게 내놓은 대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재로 인해 약 7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중국 수출 물량이 미궁에 빠지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업체들에게 올해 AI 반도체 수주분을 전부 인도 완료한 가운데 내년 수주분 인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던 차였다. 지난 17일 발표된 미국의 신규 제재가 30일의 유예 기간 이후 11월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그 전에 가능한 많은 수주분을 중국업체들에 인도하기 위해서였다.
엔비디아에 내년분 AI 반도체 물량을 발주한 중국업체들 중에는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주요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기업들의 내년 발주분 가액은 50억 달러(약 6조7600억원)를 넘는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 대변인은 "이 새로운 수출 통제가 단기적으로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미국 반도체업계에 영구적인 손실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17일 새롭게 발표된 미국의 AI 반도체 제재안에 따르면 일정 성능 이상의 AI 반도체를 중국 및 기타 우려 국가에 수출하려는 기업은 미 상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첨단 AI 반도체 만을 제재 대상으로 했던 작년 제재안을 더욱 확대해 저가형 AI 반도체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금수 조치라는 평가이다.
이러한 제재로 인해 중국 AI 산업 발전이 한층 둔화될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수출 통제 대상에는 AI 반도체 선두업체인 엔비디아뿐 아니라 인텔, AMD 등 주요 미국 반도체업체들이 칩이 대부분 포함됨에 따라 중국 IT업체들은 이미 보유한 재고분을 이용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 칩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조사기관 번스타인 리서치는 AI 시스템 훈련을 위해 2017년 출시된 엔비디아의 구형 AI 칩 V100을 사용할 경우 비용이 30% 가량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제재가 강화함에 따라 화웨이, 캠브리콘 등 중국 하드웨어업체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고, 바이두나 알리바아와 같은 서비스업체들은 구형 칩으로도 양호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