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 접근하고 원치 않는 촬영을 했더라도 스토킹 범죄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박병곤 판사)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74)에 대해 "공소사실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2일 버스정류장에서 피해자 B씨(40)에게 접근해 팔꿈치를 치며 "커피를 마시자"고 말하고, 이튿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B씨에게 접근해 휴대전화로 그를 4회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A씨 청구로 열린 정식 재판에서 법원은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각 행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는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법리 요건을 갖추지 못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스토킹 '범죄'라고 표현된 A씨의 행위는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접근한 것으로, 이것만으로는 대법원 판례상 일련의 지속이나 반복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 지난해 3월 중순 처음 B씨와 마주쳐 연락처를 알게 됐고, 이후 4월 중순까지 11회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구체적인 범죄사실'로 명시하지 않았다. 공소장에는 당시 B씨가 "이런 연락 너무 불편하다. 앞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명시적으로 거부한 메시지 내용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경찰이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날짜와 시간·내용을 특정했음에도 검찰이 공소사실에 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검찰은 공소사실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만 개괄적으로 나타냈을 뿐 구체적 내용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뒤에 이어지는 행위(스토킹)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일 뿐 구체적인 범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