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체 검증해 판매하는 중고폰(리퍼폰) '리뉴드폰'을 국내 출시한다고 예고했다. 국내 시장에 고품질 중고폰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이용자들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인 애플이 국내 리퍼폰 판매를 공식화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강봉구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 자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리뉴드폰을 국내에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등 차원에서 리퍼폰 국내 출시를 제안했는데, 강 부사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시장에서 자사가 품질을 공식 인증한 리뉴드폰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는 정가보다 15~30% 낮은 가격에 리뉴드폰을 판매한다. 행사 기간에는 절반 가까이 할인한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국내는 그간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주로 중고폰 판매가 이뤄져 왔다. 중고폰 수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 거래는 통상 통계로 잡히지 않아 시장 성장이 더뎠다.
중고물품의 상품 가치를 낮게 생각하는 국내 이용자 인식도 성장이 느린 이유로 꼽힌다. 공식 판매 플랫폼이 부재한 탓에 제품 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점도 성장을 어렵게 했다. 이용자가 중고폰의 적정 시세를 파악할 수 없고,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중고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빠르다. 해외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는 세계 중고·리퍼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2022년 505억 달러(약 68조5800억원)에서 2033년 1720억 달러(약 233조58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11.9%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 등 해외와 달리 리퍼폰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면서 "(리퍼폰이) 하자 있는 제품을 고쳐서 내놓는다고 오인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이나 일부 품질 검사에서 미통과한 제품 등을 보완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엔 저렴한 중고폰을 찾는 '실속형'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기기 값이 포함된 가계통신비가 몇 년 새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통신비 지출에 부담을 느낀 이용자가 최신형 스마트폰보다 가성비 높은 중고폰을 찾는다는 얘기다. 현행 국내 가계통신비는 통신 요금과 단말기 값이 통합 고지된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행보에 애플이 함께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은 '인증 리퍼비시' 제도를 운영, 중고기기 성능을 1년간 보증하고 가격을 직접 책정 중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애플이 한국에서 리퍼폰 수요가 적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이용자 인식이 점차 좋아지는 데다, 리퍼폰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애플도 한국의 중고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