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사들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한 신약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서다. 그동안 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했던 제약사들의 끈질긴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신약 기술 수출이 국내 제약사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올해(1~9월까지) 기술 수출을 성사시킨 계약 건수는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기술 수출은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신약 관련 기술에 대한 개발, 상업화, 판매 등의 권리를 타 기업에 이전해 통상 10여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을 완주하기 전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기술 수출에 집중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곳은 대웅제약이다. 지난 1월 영국 CS파마슈티컬스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의 중화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 달 뒤인 2월에는 브라질 제약사 목샤8과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의 중남미지역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4월에는 미국 비탈리 바이오와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 물질 ‘DWP213388’의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해당 3건의 수출 계약으로 대웅제약이 받은 계약금액은 1조1621억원이다. 개발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로열티를 고려하면, 수출로 거둬들인 기술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HK이노엔도 기술 이전으로 수익을 올린 업체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케이캡’ 기술을 브라질 제약사 유로파마에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유로파마는 브라질 내 케이캡의 개발과 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현재 케이캡은 기술 수출이나 완제품 수출 형태로 총 35개국에 진출해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HK이노엔은 유로파마로부터 계약금 이외에도 제품 출시까지 단계별로 기술료를 수령한다.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지급받는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중동지역 제약사인 히크마와 자체 개발 뇌전증 치료제 신약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히크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포괄하는 시장인 메나(MENA) 지역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상업화를 담당한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수출로 계약금 40억4000여만원을 받는 것 외에도 메나(MENA) 지역에 출시하는 제품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히크마에 부여하는 파트너십도 체결하며 270억원의 선수금도 챙기게 된다.
올해 4분기에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 수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일본 제약사 마루호에 알레르기 치료제 ‘GI-301’ 기술 이전에 대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마루호는 일본에서 GI-301의 임상과 상업화를 담당한다. 해당 계약의 규모는 약 2980억원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개발, 상업화, 판매 로열티 등 단계별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0년 유한양행에 일본을 제외한 GI-301의 글로벌 판권을 1조4000억원에 넘기고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 성과를 가시적으로 입증하기 전에는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기술 수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차기 파이프 라인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