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전 비대위원장은 24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혁신은 친윤(친윤석열) 체제가 무너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 전 비대위원장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3월까지 새누리당과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인해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친박계 청산 과제를 맡았었다. 그 과정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탈당을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번 혁신위는 비대위체제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친윤계 지도부에 대한 불신 여론을 잠재우는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인 전 비대위체제와 닮은 꼴이다.
인 전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회 방향성에 대해 "친윤 정리는 당연하다"며 "그렇지 않고는 총선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까지 떨어진 것은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친윤세력이 그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며,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런 의미에서 혁신위원 역시 선거 출마 의지가 없는 원외인사가 적합하다고 진단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23일 취임 일성으로 "한 단어로 정의하겠다.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25일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는 혁신 위원 인선에 대한 물음에 "변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혁신위 방향성으로 '통합과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이에 혁신위가 당내 비윤계 인사인 이준석, 유승민계를 끌어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 전 비대위원장은 "그런 식으로 안배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며 "당 내 이준석이나 유승민 계열을 통합한다는 의미여서는 안 되고 혁신위원장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큰 틀에서 통합을 봐야한다"며 "현 정부에 부정적인 사람이 60%가 넘는데 그분들을 통합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인 전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회가 "공천룰을 정교하게 만들어 윤 대통령과 김기현 당대표로부터 공천 개입을 차단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재 영입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누구에게 잘 보이고 줄을 잘 서야 공천을 딸 수 있다는 인상을 주면 좋은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혁신은 정당, 정책 아니고 사람이다. 혁신은 선거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 당시 당 쇄신을 위해 외부에서 긴급 수혈됐다는 점도 현재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상황과 유사하다. 대표적 '호남계' 인사로 꼽히는 인 혁신위원장은 정치 입문 전 주로 친 노동, 민주화 운동을 해오며 '개혁적 성향'을 보인 인 전 비대위원장과 묘하게 교차된다.
인 전 비대위원장은 "인요한이란 인물에 대해선 탁월한 선택"이라면서도 "외부인이고 정치를 잘 모른다는 점이 혁신에 더 자유롭다"고 평했다. 그는 "인 위원장이 눈치없이, 계산없이 혁신해야 오히려 성공할 수 있다"며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당과 지도부 눈치를 보지 마고 가야한다"고 첨언했다.
그러나 그는 기대와 달리 당 쇄신 여건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 전 비대위원장은 "최악의 경우는 혁신위가 현재 지도부와 갈등이 생기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김기현 대표가 선임했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12월 안으로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라 또 비대위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