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마련한 이른바 ‘탄소세’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중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응이 늦을 경우 중국의 대유럽 수출의 핵심인 철강 분야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중국 금융전문매체 차이징은 최근 베이징에서 ‘제3회 탄소중립 포럼’을 열고 중국 상장사 탄소 배출량 순위를 발표했다.
이 중 69곳이 철강·시멘트·전력 등 3대 주요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으로, 업종별 탄소배출량은 각각 6억2500만톤, 9억8500만톤, 21억9900만톤이다. 100곳 기업 총배출량의 75.48%에 달한다.
이번 발표는 10월부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CBAM은 탄소배출 규제가 강한 국가가 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의 제품을 수입할 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일종의 무역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EU는 기후정책과 탄소배출 규제로 역내 국가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탄소배출 규제가 비교적 약한 국가들보다 낮아지는 등 산업 경쟁력이 악화하자 2021년 7월 해당 제도의 입법안을 공개했다. CBAM은 2025년 12월까지 배출량 보고의무 전환 기간을 가지며,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해당 기간 제3국에서 생산된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력 등 6개 품목을 EU에 수출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산출해 EU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2026년 CBAM이 본격 가동되면 수출기업의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물건을 수입하는 유럽의 수입업체들은 수입품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총량만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고 이 비용은 해당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쉬안찬 에너지재단 저탄소 전환 프로젝트 책임자는 “현재 탄소 1톤당 (관세가) 80위안(약 1만5000원)인데, 80~90유로(약 11만5000~12만9000원)로 인상되면 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탄소배출 상위 업종인 철강은 중국의 대유럽 수출의 약 70% 차지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아직 이렇다 할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100대 탄소배출 기업 중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한 기업이 지난해 29곳에서 41곳으로 늘어나기는 했으나, 이는 절반 이상이 자체 탄소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다는 얘기기도 하다.
또한 업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고의무 전환 기간 EU와의 협상이 관건인데, 중국이 아직 탄소 시장과 탄소 가격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EU를 상대로 협상을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첸궈창 중촹 탄소투자과학기술유한공사 부사장은 “현재 중국에는 (탄소중립) 규율 도입 시 기준으로 삼을 선두기업이 부재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