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 핵심 원료인 흑연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중국 견제의 고삐를 더 세게 죄어오자, 중국도 ‘자원 무기화'를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20일 ‘흑연 품목의 임시 수출 통제 조치 최적화 및 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하고 수출통제법·대외무역법·해관법의 관련 규정에 의거, 국가 안보와 이익 수호를 위해 국무원의 승인을 거쳐 일부 흑연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수출 통제 대상이 된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고밀도(밀도 1㎤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 및 그 제품 △천연인상흑연 및 그 제품(구상흑연과 팽창흑연 등 포함)이다.
철강·야금·화학 등에 주로 사용되는 용광로용 탄소전극 등 저감도 흑연 품목 5종에 대한 임시 수출 통제 조치는 취소됐다. 수출 통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중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에 임시 통제됐던 구상흑연 등 고민감성 흑연 품목 3종을 이중용도 품목(민간용도로 생산했으나 군수용도로 전환 가능한 물자) 통제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이라며 “이미 해당 국가·지역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또한 “특정 흑연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라며 “세계 최대의 흑연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은 장기간 국제적 의무를 확고히 이행해 왔으며 국가 안보와 이익 수호를 위해 법에 따라 특정 흑연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특정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수출 관련 규정을 충족할 경우 수출은 허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8월 1일부터 첨단 반도체용 희귀 광물인 갈륨·게르마늄의 수출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8%, 68%에 이른다. 흑연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천연 흑연 중 67%가 중국에서 나온다. 희귀광물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는 중국이 서방의 제재에 맞서 자원 무기화에 나선 셈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는 등 양국이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와 다르게 미·중 기술 전쟁은 나날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17일 미국 상무부는 저사양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금지 조치를 포함한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