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퍼스트' 외치는 빈 살만, 국제 외교 무대 행보 박차

2023-10-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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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내 라이벌 이란과 관계 정상화 합의 이어 중동 내 영향력 확대 모색

전통적 우방인 미국뿐 아니라 브릭스, 아세안 등과도 협력 강화 행보

국가 프로젝트 '비전 2030' 추진 위해 글로벌 입지 확대 필수 불가결

미-중 경쟁 속에 중동에 대한 서방 관심 약해지면서 자립 필요성도

걸프협력기구GCC-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 차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동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걸프협력회의(GCC)-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 차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과 회동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 퍼스트'를 외치는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신의 대표 프로젝트로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에 처음으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중국 간 회담을 개최한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3월 중국 중재로 중동 내 라이벌인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데 이어 이후 예멘 후티 반군과의 평화 협상, 시리아의 아랍 연맹 복귀를 이끌면서 중동 지역 내 외교 무대를 주도했다. 

또한 올해 8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의 신흥국 협력체) 정상회의에서는 사우디가 브릭스 회원국으로 새롭게 가입했고, 9월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에 빈 살만 왕세자가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며 카슈끄지 사건으로 관계가 냉각됐던 미국과의 관계 개선 신호를 내비치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활동의 폭을 넓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지난 주 18~20일에는 수도 리야드에서 걸프협력회의(GCC)-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이는 1986년에 GCC와 아세안이 1986년에 수교를 맺은 후 첫 정상급 회의로 미-중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전 세계가 양분화된 상황에서 중동과 동남아 간 외교 관계에 이정표가 됐다는 평이다.

이 자리에서 GCC와 아세안은 '2024~2028 아세안-GCC 협력 프레임워크'를 채택하고 정치, 안보, 무역, 투자, 식량, 에너지 등 각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GCC-아세안 정상회의를 2년마다 정례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전통적으로 원유 수출에 대한 리스크 방지 중심의 보수적 외교 정책을 고수해 오던 사우디가 이처럼 외교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국가 프로젝트 '비전 2030'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비전 2030
2015년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자로 나선 이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30은 원유 수출 일변도의 사우디 경제 구조를 관광, 엔터, 친환경 산업 등으로 다변화하는 경제·사회 계획 프로그램으로, 세부적으로는 △네옴 프로젝트 △홍해 리조트 프로젝트 △뉴 무라바 프로젝트 등이 주요 있다.

국가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한 국제유가 인상을 통한 재정 확보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국제적 협력과 투자 및 중동 역내 안정이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가 2030 엑스포 개최, 2034 월드컵 개최 등 국제적 이벤트 개최를 위해서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무대로의 진출 확대는 필수 불가결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커니는 사우디가 비전 2030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글로벌 입지 구축을 지목했다. 커니는 대부분 국가들의 해외 투자 촉진 기구들이 많은 나라에 사무소를 두고 여러 방면에 걸쳐 협력하는 것을 들며, 사우디 역시 한국(코트라) 등 벤치마크 대상 국가들의 예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랍-영국 이해 위원회의 크리스 도일 국장은 외교 무대에서 사우디의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사우디 사회에서 "들어보지 못한" 경우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일 국장은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그는 지역 역학 구도 측면에서 보다 많은 경험이 있고, 그의 정책들은 보다 많은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그는 사우디가 이웃국들과의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평했다.

이외에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쟁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상대적으로 중동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가운데 자립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중동에 대한 (서방의) 관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서방과)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서방 중) 아무도 중동 문제 해결에 투자할 시간, 입지, 자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

이와 같은 복합적 요인들 속에 빈 살만 왕세자는 국제 무대에서 사우디의 입지를 확장해나가는 동시에 종래의 친미 일변도 성향을 벗어나 세계 각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이른바 '사우디 퍼스트'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강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국제 무대에서도 발언권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통제가 심각한 사우디 내부 정치 및 인권 상황, 이란 등 중동 내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 등의 요인들은 리스크로 지적됐다.

글로벌 씽크탱크 크라이시스 그룹은 "사우디는 다변화된 경제를 구축하고, 역내 이웃국가들과 평화로운 관계에 있는 지역 선도국이 되며 세계 외교 무대에서 주요국으로 비춰지길 바란다"면서도 "그것들을 성취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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