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오늘 오전 10시에 금감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카카오와 하이브 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경쟁이 벌어졌을 당시, 카카오가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매입 저지를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김범수 전 의장이 이 사실을 알았는지, 나아가 직접적으로 주가 부양에 관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특히 금감원은 김 전 의장을 단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사안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는 하이브가 SM엔터에 대한 카카오의 '시세조종'을 의심하며 금감원에 신고하면서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하이브가 SM엔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발표할 당시 회사 측에서 밝힌 공개매수가는 12만원이었는데, 하이브의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인 지난 2월 28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SM엔터 주가가 하루에만 6.07%(7300원)나 올랐고 결국 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은 실패했다.
하이브는 또 2월 16일 SM 주식 전체 일일거래량의 15.8%에 해당하는 68만3398주가 IBK 판교점 한 곳에서 매수됐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는 비정상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카카오 측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함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돈을 투입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날 SM엔터 주가는 전일 대비 7.58%(9300원)이나 상승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중 배재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카카오에 대한 금융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전망이 나왔고, 금감원이 곧바로 김 전 의장을 소환하면서 이는 현실화됐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지분 확보를 위한 합법적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는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SM엔터 주가 부양과 관련, 회사 차원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카카오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매각 처분 가능성이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처벌을 받을 경우 지분 10%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매각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7.17%이고 한국투자증권은 이보다 1주 적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일 금감원이 카카오라는 법인을 대상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분을 내릴 경우 최대주주가 한국투자증권으로 바뀌게 된다.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절차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카카오가 SM엔터 인수 절차를 마치고 SM엔터 계열사들을 연결회사로 편입했지만, 여전히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고 필요한 경우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추가로 자료를 요청하고 받는 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아직 심사는 진행 중이다. 다만 금감원의 카카오에 대한 판단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정위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