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지난 2013년 이후 10여년 만에 수장을 교체하면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된 장기적 성장 시기가 다시 반복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2013년처럼 올해도 수장교체와 '빅 배스(Big Bath)'를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는 2013년 상황과는 사정이 달라 빅 배스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20일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미래혁신대표를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선임했다. 지난 2013년 CEO로 선임된 이후 GS건설을 이끌어온 임병용 부회장과 이별하고 수장을 교체키로 한 것이다.
다만 이번 인사 전후 GS건설 내부에서는 2014년처럼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3년 CEO 교체와 빅 배스를 단행한 이후 2014년 반등에 성공한 경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실제 GS건설은 2013년처럼 CEO를 교체했을 뿐 아니라 올해 상반기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수습 비용 5524억원을 일시에 반영했다. 이는 2013년 단행된 빅 배스와 유사한 면이 적지 않다.
커다란 잘못을 한꺼번에 씻어낸다는 의미의 빅 배스는 회계상 부실 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전부 처리한다는 뜻이다. 당해연도에는 실적에 타격을 입게 되지만 누적된 부실을 모두 비용으로 털어내 향후 상당한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
2013년 임 부회장이 CEO를 맡기 전후 GS건설은 해외 건설 현장의 원가 상승 탓에 누적됐던 부실을 일거에 회계상 반영해 93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안정적으로 건설 현장의 원가를 관리할 수 있게 된 덕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같이 올해 상반기 수습 비용을 반영해 2548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내년 상반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해 큰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회사의 위기 극복을 견인했다는 실적으로 오너 4세인 허 사장의 경영 행보에 큰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관계자는 "2014년처럼 위기 극복 후 반등이 필요한 때"라며 "수습 비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2013년의 빅 배스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2013년 당시에는 이미 확정된 손실을 일거에 반영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사고 수습 비용은 충당부채라 내년 보강 공사를 진행하면서 계속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GS건설 측은 보수적으로 산정했기에 수습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수습 비용이 늘어나는 사례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또 2013년에는 GS건설의 주력 사업이 아닌 해외 건설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했기에 회계 처리 이후 큰 영향이 없었지만, 올해는 핵심 사업인 아파트 부문과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어 향후 영업에 악영향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이 내년에 무조건 반등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며 "아파트 브랜드에 타격을 입었기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