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에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여럿 탄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통 부촌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방배동 일대는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으로, 정‧재계나 연예‧예술계 인사 등 유명인들도 많이 거주하던 부촌이었다. 그러나 단독주택이 노후화하며 인근 서초동이나 반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17일 지하철4‧7호선 방배역 5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를 걷자 디에이치방배 신축공사 현장이라고 쓰여 있는 거대한 공사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디에이치방배는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단지로 최고 33층, 29개 동, 3080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추후 분양할 일반 분양분은 1686가구다.
그는 “다만 학령인구 감소 문제로 초등학교 신설이 쉽지 않아 체육시설로 변경하며 인허가가 필요해져 분양이 미뤄졌다”라며 “내년 이맘때쯤엔 일반분양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배5구역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방배는 학군과 교통이 빠지지 않은 지역”이라며 “지금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다시 한번 부촌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방배5구역에서 도보로 7분가량 이동하자 방배15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배15구역은 다음 달 11일 조합설립총회를 앞두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석근 방배15구역 재건축사업 준비위원장은 “현재 동의율을 90% 이상 모은 상태”라며 “올해 말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내년엔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방배 인근 매물은 현재 거래가 잘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투기과열지구라 나올 수 있는 매물이 한정적이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 매물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조합설립 이후엔 원칙적으로 조합원 권리 양도가 금지된다. 예외적으로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의 매물만 권리 양도가 가능하다.
15구역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아직 조합설립이 안된) 15구역의 경우 다른 구역에 비해 매물이 있는 편인데 대부분 대지 지분 기준 평(3.3㎡)당 1억원 이상 부르고 있다”라며 “15구역에 현재 대지지분 33.3㎡ 빌라가 13억원에 나와 있는데 이러면 살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13구역에서 40평대 26억원에 나온 매물이 있는데 이 매물은 거래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수역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자는 “인근 신축 아파트 거래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적당한 가격을 알 수 있다”라며 “매물이 주로 위치한 가격대는 입주권 기준 평당 8000만원 수준으로 예를 들어 32평(전용 84㎡) 입주권이라면 26억~27억원 정도에 협의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인근 방배그랑자이(2021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 6월 12일 28억원에 거래됐다.
거래가 드문 또 다른 이유는 이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공인중개업자들은 전했다. 앞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았던 반포의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평균 5669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됐고 방배 재건축 단지 또한 여기서 분양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예를 들어 방배 재건축 단지에 6000만원 내외로 분양가가 책정된다면 전용 84㎡의 경우 당첨 시 20억원 아래로 청약을 진행할 수 있기에 현재 높은 호가를 기록 중인 매물을 서둘러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구머리공원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원래부터 아파트 단지로 계획돼 여러 인프라가 발전한 반포와 달리 방배 지역은 개발이 되더라도 인프라를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포보다 조금 저렴하게 신축 아파트 단지들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