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금리가 지난 1월 이후 9개월째 연 3.5%에 머물러 있지만 시중금리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타던 시중금리가 최근 수개월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자 예금과 대출을 활용한 재테크 전략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예금은 짧고 적극적인 상품, 대출은 길고 보수적인 상품을 찾는 것이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기예금 금리 상단이 연 4%대에 달하는 상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리 상단이 연 4.35%인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 연 4.2%인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을 포함해 13개 은행에서 내놓은 19개 상품이 최대 연 4% 이상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제외한 기본금리가 연 4%를 넘어선 상품도 등장했다. Sh수협은행 ‘헤이(Hey) 정기예금’은 우대금리 조건 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연 4.15% 이자를 제공한다. 이에 더해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과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은 기본금리가 연 4.05%, 전북은행 ‘JB 다이렉트예금통장’과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은 기본금리가 연 4%다.
기준금리를 3.5%로 올렸을 당시 3.9% 수준이던 1년물 은행채 금리는 점차 내림세를 보이면서 2월 초 기준금리(3.5%)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재차 반등해 3월 초 4% 수준을 위협했지만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금리를 끌어내렸다.
이후 국제적으로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1년물 은행채 금리도 서서히 반등했고 3.8~3.9% 수준까지 오른 뒤 횡보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15일 8개월여 만에 4% 선을 넘어섰다.
이처럼 예금상품 금리가 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국제 금융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요국 기준금리 전망, 금융당국 정책, 금융사가 처한 상황 등이 복잡하게 얽혀 시시각각 변하면서 시중금리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특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만간 낮출 것이라던 기대가 어긋난 것도 시중금리가 극과 극을 오가는 데 한몫했다. 최근 시장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미국 국채를 시작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게 최근 은행채와 각종 예금상품 금리를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금상품 금리가 다시 급등하자 금융권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 이맘때 대규모로 예치된 정기예금 상품 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회사들이 확보해야 할 유동성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사이 늘어난 정기예금 잔액은 은행권에서만 114조원에 육박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정기예금 잔액이 977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3개월 사이에 쌓인 자금 규모만 11.7%에 달하는 셈이다.
게다가 제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해 부실률이 쌓이고 있어 투자금 재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받아야 할 이자는 못 받고 만기가 도래한 예금에 대한 원금을 돌려줘야 하므로 유동성을 면밀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경고등’을 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추석을 앞두고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지난해 4분기 취급한 고금리 예금을 재유치하려는 경쟁이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 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시장 쏠림 현상과 여·수신 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하고 금융회사에 대해 불요 불급한 자금 조달 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최근 상황처럼 메가톤급 예금 만기가 다가오면 금융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예금상품 금리를 높여 수신잔액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고려한다. 기존 투자금을 재유치하고 나아가 다른 금융사에서 만기가 도래한 투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제2금융권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제1금융권보다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동양·드림·머스트삼일·CK·JT 등 5개 저축은행은 은행권 최고 금리보다 0.25%포인트 더 높은 연 최고 4.6%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 4.5% 넘는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도 26개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선제 조치에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수신 경쟁이 예금금리 상승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일부 금융사에 유동성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금융당국이 대응했다는 게 금융권 측 분석이다. 은행채 발행 한도가 폐지되면 수신 외에 또 다른 자금 조달 창구가 확대돼 은행들이 예금상품 금리를 올리는 대신 채권 발행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은행채도 성공적인 발행을 위해서는 결국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금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1년물 은행채 금리가 8개월 만에 4%대에 진입하는 등 오르고 있으므로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상승한 1년물 은행채 금리는 시차를 두고 재차 예금상품 금리를 밀어 올린다.
이처럼 은행채 금리 추이를 전망하면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국내 은행채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채권의 기본 속성을 고려하면 신용도가 더 높은 채권 수익률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초우량 채권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미국 국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적용해 발행하는 채권 수익률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이때 채권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므로 국내 은행채 금리도 함께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흐름을 파악해 재테크 계획을 수립해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최근과 같이 금융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시기에 소비자들은 어떤 판단을 할까. 하나금융그룹은 금융소비자들이 고금리 시기에 안정적인 상품으로 자산 가치를 방어하고 적은 돈이라도 적극적인 재테크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금융소비 트렌드와 금융 기회’ 보고서를 통해 자산과 노후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이 확대된다는 의미인 ‘디펜스 재테크’, 소액 투자와 애플리케이션(앱) 테크를 필두로 한 ‘줍줍 티끌 모으기’ 등을 9대 트렌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측은 “고위험·고수익형 상품보다는 안정형 상품으로 여유 자금이 이동하고, 연금 등 장기 자산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적립·인출 순환 주기를 짧게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과 자금 유동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기예금 금리 상단이 연 4%대에 달하는 상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리 상단이 연 4.35%인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 연 4.2%인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을 포함해 13개 은행에서 내놓은 19개 상품이 최대 연 4% 이상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제외한 기본금리가 연 4%를 넘어선 상품도 등장했다. Sh수협은행 ‘헤이(Hey) 정기예금’은 우대금리 조건 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연 4.15% 이자를 제공한다. 이에 더해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과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은 기본금리가 연 4.05%, 전북은행 ‘JB 다이렉트예금통장’과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은 기본금리가 연 4%다.
기준금리는 9개월째 그대로인데···요동치는 시중금리
이처럼 최근 예금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 올해 초에는 시중금리는 오히려 내림세를 보였다. 기준금리는 지난 1월 13일부터 3.5%로 유지되고 있지만 은행 예금금리에 영향을 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1년물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기준금리를 3.5%로 올렸을 당시 3.9% 수준이던 1년물 은행채 금리는 점차 내림세를 보이면서 2월 초 기준금리(3.5%)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재차 반등해 3월 초 4% 수준을 위협했지만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금리를 끌어내렸다.
이후 국제적으로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1년물 은행채 금리도 서서히 반등했고 3.8~3.9% 수준까지 오른 뒤 횡보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15일 8개월여 만에 4% 선을 넘어섰다.
이처럼 예금상품 금리가 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국제 금융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요국 기준금리 전망, 금융당국 정책, 금융사가 처한 상황 등이 복잡하게 얽혀 시시각각 변하면서 시중금리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특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만간 낮출 것이라던 기대가 어긋난 것도 시중금리가 극과 극을 오가는 데 한몫했다. 최근 시장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미국 국채를 시작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게 최근 은행채와 각종 예금상품 금리를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금상품 금리가 다시 급등하자 금융권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 이맘때 대규모로 예치된 정기예금 상품 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회사들이 확보해야 할 유동성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사이 늘어난 정기예금 잔액은 은행권에서만 114조원에 육박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정기예금 잔액이 977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3개월 사이에 쌓인 자금 규모만 11.7%에 달하는 셈이다.
게다가 제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해 부실률이 쌓이고 있어 투자금 재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받아야 할 이자는 못 받고 만기가 도래한 예금에 대한 원금을 돌려줘야 하므로 유동성을 면밀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경고등’을 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추석을 앞두고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지난해 4분기 취급한 고금리 예금을 재유치하려는 경쟁이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 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시장 쏠림 현상과 여·수신 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하고 금융회사에 대해 불요 불급한 자금 조달 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사 자금 수요 예상해 이자수익 극대화해야
전문가들은 예금금리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금융회사 상황을 예상해 이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금금리에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1년물 은행채 추이를 가늠해보는 것도 조금이라도 유리한 금리를 받는 방법이다.예를 들어 최근 상황처럼 메가톤급 예금 만기가 다가오면 금융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예금상품 금리를 높여 수신잔액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고려한다. 기존 투자금을 재유치하고 나아가 다른 금융사에서 만기가 도래한 투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제2금융권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제1금융권보다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동양·드림·머스트삼일·CK·JT 등 5개 저축은행은 은행권 최고 금리보다 0.25%포인트 더 높은 연 최고 4.6%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 4.5% 넘는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도 26개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선제 조치에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수신 경쟁이 예금금리 상승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일부 금융사에 유동성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금융당국이 대응했다는 게 금융권 측 분석이다. 은행채 발행 한도가 폐지되면 수신 외에 또 다른 자금 조달 창구가 확대돼 은행들이 예금상품 금리를 올리는 대신 채권 발행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은행채도 성공적인 발행을 위해서는 결국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금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1년물 은행채 금리가 8개월 만에 4%대에 진입하는 등 오르고 있으므로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상승한 1년물 은행채 금리는 시차를 두고 재차 예금상품 금리를 밀어 올린다.
이처럼 은행채 금리 추이를 전망하면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국내 은행채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채권의 기본 속성을 고려하면 신용도가 더 높은 채권 수익률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초우량 채권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미국 국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적용해 발행하는 채권 수익률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이때 채권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므로 국내 은행채 금리도 함께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흐름을 파악해 재테크 계획을 수립해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최근과 같이 금융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시기에 소비자들은 어떤 판단을 할까. 하나금융그룹은 금융소비자들이 고금리 시기에 안정적인 상품으로 자산 가치를 방어하고 적은 돈이라도 적극적인 재테크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금융소비 트렌드와 금융 기회’ 보고서를 통해 자산과 노후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이 확대된다는 의미인 ‘디펜스 재테크’, 소액 투자와 애플리케이션(앱) 테크를 필두로 한 ‘줍줍 티끌 모으기’ 등을 9대 트렌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측은 “고위험·고수익형 상품보다는 안정형 상품으로 여유 자금이 이동하고, 연금 등 장기 자산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적립·인출 순환 주기를 짧게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과 자금 유동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