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누리꾼은 왜 팔레스타인을 감쌀까

2023-10-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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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변논객 "美 때문에 버릇 나빠진 이스라엘"

"가자지구를 도살장으로…마지노선 넘었다"

中 인터넷에 퍼지는 팔레스타인 동정론

中 정부 '겉으론' 중립…평화대화·휴전 촉구

왕이 "이스라엘 자위권 수준 넘었다"

중국계 이스라엘 여성이 하마스에 납치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주중 이스라엘 대사관 웨이보에 게재됐다 사진주중 이스라엘대사관 웨이보 캡처
8일 중국계 이스라엘 여성이 하마스에 납치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주중 이스라엘대사관 웨이보에 게재됐다. [사진=주중 이스라엘대사관 웨이보 갈무리]

중국 인터넷상에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충돌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제국주의 침략의 고통을 경험한 역사 피해의식과 민족주의 정서, 반미 감정 등이 결합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여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비판한 中 관변논객 "가자지구를 도살장으로···"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 전 편집장으로 관변논객으로 잘 알려진 후시진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발생 이후 연일 분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웨이보 팔로어 수만 25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특히 후시진은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결정과 관련해 맹비판을 쏟아내 누리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점령한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다. 

그는 14일 밤 웨이보에 "이스라엘은 미국 때문에 버릇이 나빠졌다"며 "최근 이스라엘을 보면 가자지구 민간인은 하마스와 함께 모두 죽어야 한다는 살기로 가득하다. 심지어 이스라엘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완전히 마지노선을 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에도 그는 "유대인은 하마스 정권을 정복시키지 않은 죄를 물어 가자지구 사람을 모두 처벌하고 이곳을 '슈퍼 도살장'으로 만드는 데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번 충돌의 근본 원인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탓으로 돌리는 의견도 있다. 팔로어 200만명을 거느린 선이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웨이보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핵심은 낡은 국제질서의 부정적 유산 해결"이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비롯한 중동 정세는 영국에서부터 미국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진 국제질서의 결과"라고 했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동정론이 고조되며 중국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대사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스라엘대사관은 앞서 8일 웨이보에 중국의 이스라엘을 향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함께 올린 중국계 이스라엘 여성이 하마스에 납치되는 영상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동정심을 표했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이 중국계라는 이유를 내세워 중국인에게 도덕성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물론 일각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징의 국제관계학자 추인은 "현재 위기에 대한 개인의 의견과 상관없이 폭력과 테러리즘을 눈가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제국침략 피해의식·반미감정에···팔레스타인 동정론
중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을 감싸는 것과 관련해 웬디 저우 조지아주립대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인터넷상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은 제국주의 침략의 표적이 됐던 중국 자신의 고통스러운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둘러싼 중국 소셜미디어 양극화는 중국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는 의견도 있다. 린야오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 부교수는 "국수주의를 선호하는 지식인과 누리꾼들은 중국 정부 입장을 따르려 한다"며 "이스라엘이 좀 더 친미이기 때문에 이제 중국의 입장은 이스라엘로부터 좀 더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겉으론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며 중재자로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중앙TV(CCTV)는  자이쥔 중국 중동문제 특사가 내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휴전과 평화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중동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중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평화회담 복귀와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제안하고 있다. 두 국가 방안은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평화 공존을 실현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해 온 아랍권 국가와 달리 이스라엘은 반대를 표명해왔다.

중국이 겉보기에는 중립을 자처하지만, 사실상 팔레스타인 편에 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이 이미 자위권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앞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행위에 대해선 규탄하지 않고 "양측의 긴장 고조와 폭력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만 밝혀 이스라엘 측의 불만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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