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국면에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며 중재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그간 미국의 중동 지역 영향력이 줄어든 틈을 타서 이 지역 각 정권과의 우호적 관계 강화에 나서 온 중국에겐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팔레스타인에 휴전 촉구한 中 “건설적 역할 할것”
1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자이쥔 중국 중동특사는 팔레스타인 외교부 제1차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현재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충돌이 격화해 많은 무고한 민간인 사상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팔레스타인의 안전과 인도주의적 상황이 엄중히 악화한 것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이어 그는 "휴전과 민간인 보호가 급선무"라며 "중국은 계속해서 휴전을 이끌고 인도적 위기 완화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또 “적극적으로 협상을 중재·촉구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의 전면적이고 공정하며 항구적인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이 특사는 전날 이집트 외교부 팔레스타인 사무담당 차관보와의 통화에서도 “즉각적인 휴전을 호소한다”며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자 사평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책임을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으로 돌리며, 특히 미국이 어느 한쪽(이스라엘) 편을 들어주는 언행이 불길에 부채질하는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유럽 등 서방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침공을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중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평화 회담 복귀와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제안하고 있다. 두 국가 방안은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평화 공존을 실현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해 온 아랍권 국가와 달리 이스라엘은 반대를 표명해왔다.
일각에서 중국이 겉보기에 중립을 자처하지만, 사실상 팔레스타인 편에 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팔 충돌로 中 '중동 중재자' 역할 시험대
사실 중국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지도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팔레스타인을 미국에 맞서 중동 아랍권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특히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0년 집권 기간 동안 중국을 5차례나 방문했을 정도다. 지난 6월 방문 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팔레스타인과의 협력과 자금 지원 확대를 약속하며 양국 관계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됐다. 동시에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이스라엘과 기술부터 인프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투자를 늘리는 등 경제적 협력 강화에 공들여온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데 성공한 중국은 6월과 9월 각각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정상을 베이징에 초청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조디 웬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교수는 11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이 지역에서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만약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성공적으로 중재하거나, 휴전과 같은 단계적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좡자잉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12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핵심은 중국이 (중재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정치적 대가를 얼마나 치를 의향이 있는지 여부"라고 짚었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중국으로선 미국의 확고한 동맹국인 이스라엘 편을 드는 것은 이득이 거의 없다고 여길 것”이라며 중국 중재 외교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