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가한 기습 공격은 한국의 안보에 심중한 질문을 던졌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김정은이 이번 하마스의 행보를 보고 비슷한 공세를 펼칠까?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그에 맞설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또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남북한 갈등과 마찬가지로 한쪽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미국이 지지하는 동맹이라는 것이다. 그 말인 즉슨, 상대가 각종 국제법과 행동 규범을 무시해도 국제적인 동정심을 얻기도 하는 반면 그들은 이들을 준수해야 그러한 지지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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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하마스는 겨우 서울의 반 정도 되는 크기에 200만명이 살고 있는 가자 지구를 점령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강원도 크기의 영토에 900만명이 살고 있고,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나라지만 국토 면적이나 경제력 면에서나 하마스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하마스는 비정규적 군사 전략으로 맞선다. 우리들에게 하마스의 군인들은 북한군처럼 광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난주에는 테러 전술로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의도적으로 펼쳤다. 그들은 뮤직 페스티벌에서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신은 위대하다(God is great)“를 외치며 마을에 침입해 집에 있던 여성과 아이들을 죽이고 약 100명을 인질로 가자 지구로 데려갔다.
군사적으로 열세인 하마스가 이러한 전술을 통해 강력한 적을 상대로 시간을 버는 것으로 분명해 보인다. 결국에는 하마스가 말살되는 결말로 끝날지도 모른다. 우리가 여기서 궁금한 점은, 이러한 자멸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습 공격의 목적을 이스라엘로 하여금 본인들의 군사력에 대해 의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외교 관계의 역사적인 행보를 저지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언뜻 보면 북한이 하마스와 같은 운명을 무릅쓸 것이라는 생각을 일축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 북한이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계산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남한보다 군사력이 열세인 북한은 패배할 것을 알기 때문에, 도발을 할 때도 남측의 보복을 가져올 선을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한 분석가는 필자에게 ”때로는 자멸 그 자체가 합리적인 선택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물론 국방 차원에서는 어떤 시나리오도 섣불리 일축해선 안 된다. 여기서 진짜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북한이 자살 행위나 다름 없는 시도를 감행할 것인가다.
남북 간 힘의 균형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남측 군사 전략가들은 북한이 서울에 포격을 가한 뒤, 빠른 침공으로 수도를 점령한 뒤 정전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다. 서울 인구 천만과 그들의 노하우(know-how)가 북한의 지배하에 있는 가운데 남북간의 대결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누구도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한국은 준비가 되어 있다. 정신적으로 준비 태세가 되어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지난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 도발 시 적의 화력 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화력이 충분하고 아니고는 별도의 문제이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S)를 따라 운영하는 대포 1000문에 대한 방어가 미흡한 실정이다.
북한은 도발 시 남측의 전략 시설이나 군사적 목표물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있겠지만, 그들이 북한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하마스가 그랬던 것처럼 가정집을 습격하여 남녀 그리고 아이까지 공격하면 어떡할 것인가? 과연 ‘어떤 상황’이 그런 일을 초래할까? 이는 상대방의 반발(reaction)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일 것이다. 북한은 75년의 전쟁을 그들의 방식으로 끝내기 위해 준비를 하겠지만 자신들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비난받고 싶지는 않는 것이다. 정말 전쟁을 벌인다면 그때는 핵무기를 동반할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이스라엘의 현 상황을 보고 있자니 역시 인간의 갈등이란 좀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썩 유쾌하지도 않다.
[필자 약력]
마이클 브린은 현재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다. '가디언' '더 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북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를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한국인을 말한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저서 네 권을 집필했다. 1982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번역: 문가현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