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되면서 보험권과 의료계 시선은 보험금 청구 중계기관 지정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료계 반대 여론을 의식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보다 보험개발원 지정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보험권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존 중계기관으로 논의됐던 심평원이 의료·약가를 심사하는 기관인 만큼 전문성은 물론 전국 병·의원과 전산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6일 본회의를 열고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지만 청구 중계기관은 확정하지 않았다. 공공성·보안성·전문성 등을 고려해 청구 중계기관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험권 일부에선 의료계 반대가 있지만 심평원을 다시금 중계기관 후보군에 올려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평원은 이미 전국 9만8479개 병·의원은 물론 약국 데이터, 전산 인프라까지 보유해 중계기관으로 지정되면 전문적 업무 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전산망 등 별도 시스템 개발 비용도 들지 않아 이른 시일 내에 시스템 완비가 가능하다. 반면 보험개발원은 중계 전산망부터 이를 관리할 인력 채용 등 보험업계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관련 실행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보험권은 말한다. 여기에 보험개발원이 심평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보니 주기적 운영비 지출도 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의료계가 심평원·보험개발원을 제외한 기관으로 중계기관 지정을 촉구하면서 제3기관이 지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관련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모든 보건의약 종사자들이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하지 않는 최악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이 서류 뗄 필요 없다···병원 보험금 청구, 이렇게 바뀐다
한편 이번 법안 통과로 30개 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1년 뒤 실손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30개 병상 미만 의료기관은 2년 뒤 해당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요청하면 병·의원이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보험금 청구 정보를 보험사로 전송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다시 말해 실손보험금 청구가 진료 병원에서 곧바로 이뤄지게끔 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종이 문서 기반으로 관련 청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가 병원에서 보험금 청구 서류를 떼고 해당 자료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후 보험사에 청구하면 보험사는 해당 내용을 수작업으로 전산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해당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진료 후 병원에 요청만 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된다. 이에 병원 재방문, 서류 발급 등 불편함으로 보험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미청구 실손보험금은 2021년 2559억원, 2022년 2512억원이었으며 올해는 321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