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이 활성화하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발맞춰 국가 차원의 정책 방향성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전격 공개했다. 디지털 시대 비전과 질서를 새로 마련해 국제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 혁신으로 누리는 혜택을 모두가 함께 나눈다는 의미의 '공동 번영'이 핵심 키워드다.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디지털 권리장전의 의미와 향후 과제' 주제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하고, 과기정통부가 주관했다.
과기정통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주도로 마련한 권리장전은 글로벌 동향을 반영함과 동시에 전 세계 시민이 추구해야 할 미래상 등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영국 등 해외 주요국과 유엔(UN)·유럽연합(EU) 등에서 공개한 디지털 관련 헌장·선언문을 분석해 새로 필요한 항목을 추가했다.
송 국장은 토론회 첫 발제에서 "각국 헌장 등은 공통적으로 '인간 존엄' '디지털에 대한 접근성' '표현의 자유' 등을 포함하나, 전 세계 시민이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비전 제시와 혁신과 관련된 내용은 다소 부족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권리장전은) 글로벌을 리드할 수 있는 보편적 디지털 질서 규범의 기본 방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권리장전을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여서, 관계부처 협동 등이 과제로 남는다. 향후 관계부처가 모여 디지털 질서 정립을 논의하고 범정부 추진 체계로 이를 글로벌로 확대할 방침이다. 부처별 정책 동향도 새로 점검한다. 이와 함께 일반인이 권리장전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해설서를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송 국장은 "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미국·영국 등 국가를 중심으로 (권리장점에 기반한) 글로벌 디지털 질서 규범을 논의하고, 이를 한국이 주도하는 방향성을 갖고 추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달 열리는 'UN 글로벌디지털협약(GDC) 서울 포럼', 다음 달 개최될 'AI 안전 정상회의'와 'OECD 권리 워크숍' 등에서 이런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는 포부다. 권리장전 법제화 등 국내 작업도 추진 중이다.
박원재 NIA 부원장은 "최근 디지털 심화 시대가 진행되면서 대표적으로 플랫폼 이슈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이 제기됐으나, 이를 대응하는 데 부분적인 해결책 또는 기존 틀 안에서만 논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디지털 권리장전이 그간 제기된 문제를 더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권리장전이 기업 성장과 소비자 권리 증진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이 소비자의 권리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더 책임감을 갖고 신기술 개발 등에 임할 수 있다는 취지다. 변순용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권리장전은 자유와 권리·디지털 혁신이라는 축과 공정성·신뢰성·지속 가능한 디지털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는 또 하나의 축을 언급한다"면서 "디지털 권리와 디지털 책임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디지털 격차 해소를 비롯한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IT업체 출신인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권리장전으로) 기업들이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