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수도권 민심을 살필 수 있는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되는 만큼 양당 모두에 중요한 선거로 꼽힌다.
그러나 아주경제가 4일 확인한 강서 지역 민심은 국민의힘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측에 다소 쏠려 있었다. 보궐선거의 책임이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에 있다는 것이 주로 거론됐다. 다만 지역 발전을 위해선 능력이 검증된 김 후보가 진교훈 민주당 후보보다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태우, 방신시장 유세...일부 시장상인은 불만 표출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김 후보는 방신시장에서 거리 유세를 하며 시장 상인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김 후보는 안철수, 태영호 의원과 함께 선거 트럭을 타고 시장 입구에 등장했고, 서른 명 남짓한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안 의원은 "김 후보는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거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진교훈 후보에 대해선 "민주당 후보가 경찰청 차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문재인 정부는) 범죄공화국이 됐다"며 "2022년 강력범죄가 전년보다 무려 69%가 증가했고 강서구의 성범죄는 75%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태 의원도 "강서구에 살고 있는 가장 취약한 약자들을 돌볼 수 있는 김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60대 시장상인 이모씨는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가게에 찾아와 우리 가게에서 파는 물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러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말했는데 (김 후보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내게 와서 시 예산 얘기를 하는 게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장상인 60대 김모씨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지지자들이 표심을 깎아먹고 있다"며 "선거 유세를 잘못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엇갈린 세대 반응...50·60대 "김태우 재출마 실망" vs 20대 "진교훈보다 김태우"
진 후보 역시 같은 날 5호선 우장산역에서 거리유세를 하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진 후보는 "진실이 거짓을 이기고, 시민의 힘이 오만한 권력을 이기는 유권자의 힘을 보여 달라"면서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높이에 맞는 일을 하는 진짜 일꾼이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그는 오후 6시 까치산역에서 저녁인사를 마친 뒤 복개천 먹자골목 일대 도보유세에 나서며 빗속 강행군을 모두 소화했다. 15년째 강서구에서 거주하고 있는 60대 자영업자 강모씨는 "유죄 판결을 받은 김 후보가 재출마하는 것은 강서구민을 우습게 보고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라며 "정부가 민생을 챙겨야 하는데 너무나 실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20대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대학생 김모씨는 "강서구민 입장에선 김 후보가 경찰 출신인 진 후보보다 민생을 더욱 잘 챙길 것 같다"며 "김 후보는 재임 시절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다시 당선돼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강서는 아라뱃길, 김포공항이 지나는 서울에서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어떤 구청장이 되든 일방적인 복지 정책을 내세우기보단 강서를 실질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투자와 기업 유치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강서구가 자당의 '전통 텃밭'으로 꼽히는 만큼 상당한 격차의 승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상기 공동선대위원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강서구 곳곳에서 진행하는 거리유세 분위기가 아주 좋다"며 "(이번 선거에서) 저희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큰 득표 차이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