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대만 독립 성향의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清德) 후보가 아직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민심 불만이 고조된 데다가, 여론조사 2위인 제2 야당인 중도 성향의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제1 야당의 친중 성향인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와의 단일화 의지를 보이는 만큼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만 대선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재집권 노리는 민진당···국정운영 불만 커질까 '불안'
우선 라이 후보가 승리해 민진당이 정권을 세 번째 연장할지가 주목할 포인트다. 민진당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당선 후 2020년 재선에 성공하며 올해로 8년째 집권 중이다. 대만 뉴토크신문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라이·커·허우 3자 후보 대결 구도에서 라이 후보가 지지율 32.05%로 1위다.
하지만 그 뒤를 커 후보가 30.42%로 바짝 뒤쫓고 있다. 2주 전 9월 15일 여론조사 때와 비교해 라이 후보와의 격차를 3.36%포인트에서 1.63%로 줄인 것. 반면 3위인 허우유이 후보의 지지율은 24.01%에 그치며 2위 커 후보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반중 정서를 등에 업고 1위를 지켰던 라이 후보 지지율이 최근 하락 곡선을 타면서 민진당의 3기 연속 집권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지지도가 하락한 데는 차이 총통 집정에 대한 불만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대만에서 조류독감 발생으로 부족해진 달걀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유통기한 표기가 부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했다. 농업부 장관이 수입산 계란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 정도다.
대만 여론조사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 총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대 응답자가 48%를 넘었다. 찬성은 38.4%에 그쳤다. 대만민의기금회는 차이 총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차기 대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정권 교체 향한 의지···야당 '청백합작' 성공할까
민진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국민당·민중당은 후보 단일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른바 '청백합작(靑白合)'이다. 대만 정치권에서 민진당은 녹색, 국민당은 청색, 그리고 민중당은 흰색 진영으로 분류한다.
특히 그동안 국민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던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최근 태도를 바꿨다. 커 후보는 제3자 기관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후보로 단일화하자고 국민당에 거듭 제안하고 있지만, 오히려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 측에서 후보 단일화 방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만약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총선에서 민진당을 꺾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뉴토크는 2일 여론조사 발표에서 허우 후보가 커 후보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커 후보가 지지율 42.84%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32.12%)를 이길 것이란 결과를 내놓았다.
심지어 국민당 후보 출마에 실패한 후 무소속으로 대선 레이스에 뒤늦게 합류한 폭스콘 창업주 궈타이밍(郭台銘)까지 야권과 손을 잡는다면 범야권 후보가 50% 이상 지지율로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궈 후보는 “경제난에 빠진 대만을 살리겠다”며 경제 카드를 내걸곤 있지만 현재 지지율은 10% 미만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中 대만에 강온양면 전술···대만 민심 흔들까
중국도 대만 총통선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兩岸·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가 악화할 것을 우려하는 중국은 당근과 채찍, 강온 전략을 구사해 대만 민심을 공략하려는 모습이다.'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잉원 행정부엔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한편, 대만 주민에 대해선 경제적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대만과 마주한 중국 푸젠성을 중심으로 한 '양안융합발전시범지구'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양안 교류와 협력에 초점을 맞춘 이 계획엔 대만 주민에게 본토인과 마찬가지로 취업·교육 등 사회복지 방면서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대만 민심이 중국에 유리하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대만민의기금회가 지난 9월 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주민의 76.7%가 스스로를 '대만인'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현상은 뚜렷했다. '중국인'이라고 여기는 주민은 9.2%에 불과했다.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대만과의 통일 의지를 거듭 천명하는 중국으로선 불리한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4주년 국경절 기념 행사에서도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것은 모든 인민의 염원이자 시대의 흐름이며 역사의 필연”이라며 “어떤 세력도 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 대권주자들도 여야 할 것 없이 중국과 거리를 두며 미국을 줄줄이 찾는 모습이다. 커 후보는 이달 초 올 들어 두번째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닷새간 방미 일정 속 커 후보는 미국 서부 지역을 찾아 경제 교류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친중 성향의 허우 후보도 8일간 일정으로 미국을 찾아 대만의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 '친(親)중국' 색깔을 희석하는 한편, 미국과의 관계 강화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유권자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한편, 대만 16대 총통 선거는 내년 1월 13일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며, 새 총통 임기는 내년 5월 20일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