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 석유화학 업체에 투자하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첨단 IT 기업 초기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 설립 2년 반만에 2조원에 가까운 순자산(AUM) 규모를 일궈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있다. IMM크레딧앤솔루션(이하 ICS)가 그 주인공이다.
3일 박찬우 ICS 대표는 "지난 3년간의 성과를 통해 펀드 비즈니스를 해외로 확장하기 위한 초기 단계에 이제 막 들어섰다"며 "투자한 자금을 해당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21년 PEF에 부실채권(NPL) 투자가 가능하도록 완화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통과를 앞두고 IMM PE에서 분리됐다.
박 대표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투자 대상과 기관의 의결권이 자유로워졌다"면서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는데, 이미 '바이아웃'에 강점을 두고 있는 PE만의 색깔이 희석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분리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설립 이후 2년 반 동안 박 대표는 ESG 배터리 펀드(엘앤에프, 조일알미늄 등)를 5300억원 규모로 키웠다. 그 외 IMM에코솔루션 펀드(SK엔무브)에서는 5700억원, IMM롱텀솔루션(삼성생명) 1200억원에 이어 최근에는 IMM디지털솔루션(KT클라우드)에서 단숨에 6100억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그는 "3가지 분야의 펀드를 만들어 2년 반 정도에 펀드 규모를 1조8000억원으로 만들었다"면서 "수요와 공급이 다 늘어난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주요 대기업들도 앵커 투자자(LP)로 들어와있다“고 설명했다.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2021년 SK엔무브 지분 40%(1조1000억원)를 사들인 이후다. 당시 전기차 유행으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SK엔무브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1위 윤활유 생산 업체로 가격 결정력도 있고, SK라는 브랜드 가치도 있었다"면서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산업군은 더이상 찾기 어렵지만 저평가 됐을때 투자한다면 두자릿수 수익률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SK엔무브의 투자 성과는 IMM 디지털솔루션(KT클라우드) 펀드까지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유니콘 신성장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주는 기업으로 눈을 돌릴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표는 "KT클라우드는 데이터 센터 회사"라면서 "해외에서도 데이터 센터들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창출하기 때문에 꾸준히 성장한다. 특히 KT클라우드는 데이터 센터를 직접 소유하고 있어 투자 위험도 적다"고 강조했다.
KT클라우드 관련 펀딩에는 고액 자산가와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ICS는 IMM디지털솔루션 일반사모투자신탁'에 523억원을 유치했다. 삼성증권을 단독 판매사로 설정해 400억원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시장 인기에 오버부킹이 이뤄졌다. 현재 펀드 규모는 6100억원까지 올라섰다.
KT클라우드 사례를 기반으로 다른 증권사를 통해서도 유사한 딜을 많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혹은 바이아웃 대신 앞으로도 추가로 관련 펀드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1호 펀드에서 ICS가 바이아웃을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투자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밴더 혹은 밴더가 될 수 있는 소재 회사들에 투자를 해 배터리 펀드는 2호, 3호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해외 투자은행(IB)과 견줄 수 있는 펀드 비즈니스를 일구는 것이 장기 목표"라며 "우리나라도 덩치가 큰 펀드가 하나쯤은 있어야 시장 경쟁력을 키우고 안정적인 수익률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 대출 펀드 사업 현황에 대해 구조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배당 등을 중요하게 생각해 자본이 타이트한 구조"라면서 "대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출 펀드들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해외와 달리 한국은 은행을 통한 대출이 용이해 PEF 입장에서는 고위험 대출펀드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론(대출)은 위험도가 낮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대출 펀드 시장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 같은 경우 같은 그룹사에서 지원을 하면 문제가 있을까 망설인다"면서 "롯데건설 등 건설사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탄탄한 그룹에 속해있지만 유동성에 문제를 겪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출 펀드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막혀있다"고 짚었다.
대출 펀드를 통해 건설사 등 주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회사는 안정적인 '펀드 비즈니스'를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박 대표는 "현재 크레딧 펀드는 모두 해외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CJ, 롯데 등 유동성이 필요한 기업들이 있다. 크레딧 펀드를 만들어 계속해서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