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아내 집에 출입을 거부 당하고도 또다시 들어간 남편이 주거침입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헌법재판소가 처분을 취소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남편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달 26일 인용했다.
A씨는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으로, 2010년 혼인신고를 한 후 2013년께 타지에서 외벌이를 하면서 주말부부 생활을 해왔다. 2019년 아내 명의로 경기 안산시에 집을 마련하면서 매주 또는 격주로 아내의 집에서 휴일을 보냈다. A씨의 주소지도 직장 생활을 하는 타지가 아닌 아내의 집으로 돼 있었다.
9월2일 다시 아내의 집을 찾은 A씨는 집이 비어있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그러자 B씨는 경찰을 대동해 집에 돌아왔고 경찰은 문을 열어 준 A씨를 주거침입 현행범으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의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외국인의 경우 체류나 출입국에 불이익이 따르는 사례도 있다.
이에 A씨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씨를 '공동 거주자'로 보고 검찰 처분을 취소했다. 형법상 주거침입죄는 공동 거주자 간에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A씨가 10년 넘게 주말부부로 생활해온 점 △A씨의 물건들이 다수 있었던 점 △비록 주택은 아내 명의지만 A씨가 매매대금 상당 부분을 마련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8월 초의 출입 거부는 자가격리에 따른 것으로 아내가 A씨에게 명시적인 출입 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거나 배제됐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