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한·중·일 경제, 닮은 점 vs 다른 점

2023-09-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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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버블 붕괴, 과잉 설비 등으로 성장 엔진 멈출 수도

김상철 교수
[김상철 교수]



최근 중국과 한국, 두 나라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일본과 유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 중이다. 평가도 분분하다. 혹자는 30여 년 전의 일본과 중국이 흡사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혹자는 한국이 더 비슷하다고 갖다 댄다. 한편으로는 근본적으로 일본과 다름을 강조하면서 일시적인 후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힘써 강변한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어 대외적인 충격에도 불구하고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름을 강조하고  한국에선 일본의 경우와 다르게 부동산 시장 붕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든다. 이러한 항변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중국이나 한국의 고도성장 과정이 해외로부터의 요인에서 기인한 바가 많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많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1990년대 초 일본 열도를 강타한 부동산 버블 붕괴는 삽시간에 경제를 엄동설한으로 내몰았다. 지난 5년간 급등하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자산시장이 본격적으로 몰락하는 참변으로 이어졌다. 금리를 6%까지 끌어 올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버스 지나간 다음에 손 흔드는 꼴이지만 일본 경제의 균열은 1985년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플라자 합의(일본 엔화 가치를 두 배 절상)에서 시작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 상실로 내수 쪽으로 방향타를 틀면서 금리를 2.5% 수준으로 낮추고 무리한 경기 확대 정책을 펼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일본의 경험을 충분히 알고 있는 중국이나 한국이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으나,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공산도 크다.
 
당시 일본 경제에 들이닥친 또 하나의 복병이 ‘과잉 설비’와 이에서 파생한 ‘과잉 고용’이었다. 경제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엄청난 규모로 투자한 설비가 일시에 과잉으로 내몰리면서 산업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안겼다.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마저 부진하면서 작동하지 않는 설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이의 해결 방법으로는 수명을 다한 기업의 도산 혹은 다른 시업에 흡수·통합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없어지는 설비만큼 일자리가 없어지는 본격적인 고용 조정에 들어갔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의 원인으로 건설 부문보다 설비 투자의 부진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이유다. 2000년 전후 세계적인 IT 호황 시기에도 일본은 과잉 설비가 해소되지 못하고 바닥을 기었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 이슈가 아직 뜨겁다. 대형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적신호가 여전히 불안하지만, 시장은 미세하나마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주택 공급 과잉이다. 돈이 된다면 개인이나 공조직을 불문하고 누구나 덤벼들어 이익을 챙기려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후안무치이다. 마구잡이로 집을 짓다 보니 전국에 빈집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다. 1선 도시의 주택 공실률은 평균 7%지만, 2·3선 도시의 공실률은 각각 12%와 16%에 달하고 있을 정도다. 주택 공실률이 10%를 넘으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재고 적체 위험이 커지고 거품 붕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중국 전역에 유령도시가 50개가 넘는다. 부동산 개발을 앞세운 고도성장의 그늘이 중국경제 앞에 무겁게 다가오는 중이다.

각종 처방 동원하지만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어
 
부동산의 이면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중국경제의 또 다른 숨겨진 뇌관이 바로 과잉 생산이다. 설비 과잉에 따른 기업의 구조 조정과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게 뒤따른다는 점에서 일본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산업 현장에서 목격되는 중이다. 10여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태양광 산업에서 불거졌다. 2011년에 중국의 태양광발전 설비 규모가 500억 와트로, 전 세계 설비량 270억 와트의 2배에 이르렀다. 2006년 하반기부터 2008년까지 불과 2년 반 동안 440억 위안의 투자가 이루어져 전국 600개 도시 중 300개 도시에 태양광 산업기지가 건설되었다. 결국 절반 이상의 기업이 퇴출하였고, 일부 기업은 보따리를 싸서 동남아 등으로 설비를 이전하는 부산을 떨었다.
 
이제 과잉 설비 이슈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으로 옮겨붙고 있다. 제2 태양광 패널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중국 기업들의 배터리 생산량이 자국 수요의 두 배를 이미 초과하고 있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배터리 공장의 가동률이 55%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동산과 비슷하게 돈이 되면 그림자 금융과 같은 갖은 수단을 동원해 벌떼처럼 덤벼들었다. 이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도 한몫했다. 결국 설비를 돌리기 위해서는 저가의 덤핑으로 해외 시장에서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중국산 배터리의 대거 해외 시장 출현으로 각국 배터리 업체들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전기차에 이어 배터리까지 반덤핑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개연성이 높아지는 현실이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중국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대부분의 산업군으로 확대되고 있는 설비 과잉은 중국 산업의 기반을 흔들어 놓는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연결되고, 고령화로 채 성숙하기 전에 늙어가는 중국의 현상이 장기 경제 침체의 쓰라린 고초를 겪은 일본의 모습을 지우기 어렵다. 다만 14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과 도시화라는 아직 가동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피해갈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성장 엔진이 급속하게 식고 있는 한국 경제의 경우도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수두룩하다. 내수시장이 협소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무너지면 중국과 다르게 빠른 속도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한·중·일 경제의 닮은 꼴과 다른 꼴에서 강하게 살아남는 비결을 찾아내는 지혜를 찾아내야 하는 시점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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