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우리나라 주요 이차전지 기업 경영진을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사실상 거래 금지 대상이 될 '해외 우려 기업(FEOC·Foreign Entity of Concern)'이 어딘지 명확히 해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방한 중인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주요 배터리 셀·소재 업체 경영진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소재·부품 기업 부사장급 임원들이 참석했다.
미국에서 IRA 적용을 받아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이 되려면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안 된다. 미국 재무부는 아직까지 FEOC와 관련한 세부 지침을 내놓지 않았다.
IRA는 외국 우려 기업을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에 있는 기업으로 정의한 인프라법 규정을 따른다. 해석에 따라 모든 중국 기업이 포함될 수 있어 국내 기업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 IRA를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과 핵심 광물 조달·제련 분야에서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중국과 협력하려는 한국 기업 간 대규모 합작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FEOC에 중국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들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이 FEOC 최종 규정을 엄격하게 정하게 되면 조 단위 투자가 예정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 낸 의견서에서 "핵심 광물 채굴부터 셀 제조까지 배터리 공급망 내 특유한 복잡함과 글로벌 상호 의존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며 "FEOC 규정을 만들 때 복잡한 배터리 공급망을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가운데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국내 주요 이차전지 기업 경영진과 간담회 자리를 주도해서 만들면서 우리 업계 의견 반영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우리 업계는 현실성 있는 FEOC 최종 규정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