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막바지를 맞아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 지주 부회장인 양종희 후보가 윤 회장 뒤를 이을 후임자로 내정된 가운데 9년 만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된 윤 회장의 사실상 마지막 메시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오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진행되는 최고경영자(CEO)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 회장이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공식석상에 서는 것은 2017년 2연임 확정 후 열린 간담회 이후 6년여 만이다. 윤 회장은 첫 임기가 시작된 2014년 당시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구상을 밝힌 바 있으나 2020년 3연임 확정 시에는 코로나 등 여파로 별도 오프라인 기자간담회를 갖지 않았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 혼란의 KB금융을 수습하고 '리딩금융'으로의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 체제 속 그룹 실적도 우상향했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1조7273억원의 연간 순익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2조1902억원 △2017년 3조3435억원 △2018년 3조620억원 △2019년 3조3132억원 △2020년 3조5023억원 △2021년 4조3844억원 △2022년 4조1732억원 등 견조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올해에도 KB는 전년 대비 11.8% 개선된 3조40억원 순익(상반기 기준)으로 '리딩금융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이 이처럼 안정된 성장구도를 이어간 배경에는 윤 회장이 임기 중 주력해 온 '후계자 양성시스템'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높다. 윤 회장 취임 직전인 2014년 당시 KB 경영진 간 갈등이 확전되면서 은행 및 지주 수장이 동반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 회장은 이 같은 갈등구도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체계적인 후계자 양성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골몰했다. 현 KB금융 부회장 체제 역시 후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그 결과 최근 경쟁 금융지주사들이 낙하산 인사 등 '외풍' 충격에 휩싸일 때에도 KB는 비교적 안정적인 후임자 교체를 이뤄낼 수 있었다.
KB금융이 직면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꼽힌다. 이는 전 금융권의 공통 과제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현대증권(현 KB증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 알짜 비은행 계열사를 확보해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왔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 등으로 새 수익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윤 회장의 그간의 경험과 향후 경영방향에 대한 제언은 KB의 새로운 과제나 나아갈 방향이 될 수 있다. 양종희 후보자 역시 비은행 강화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태세여서 현직 회장과 차기 회장 후보자 간 관련 소통이 있었는지 여부도 주목해 볼만한 부분이다.
또한 KB금융의 해외진출 확대 및 수익창출 시나리오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KB는 유독 해외사업 등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대응방식의 필요성이 거론될 수 있다. 또한 당장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KB부코핀은행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KB는 부코핀은행의 부실자산을 연내 정리하고 오는 2025년까지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 밖에도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상황이 지속되면서 윤 회장의 근래 경제상황 진단과 경영 제언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금융그룹 수장을 역임한 만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방안에 대한 제언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