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증시는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동결에 따른 실망감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경계감 속에 하락 마감했다. 상하이·선전 증시 거래액은 6000억 위안을 밑돌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외국인은 이틀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날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빠져나간 북향자금(北向資金, 외국인 자금) 규모는 총 35억4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 중 홍콩에서 상하이로 투자하는 후구퉁을 통해 13억7200만 위안, 홍콩을 통해 선전 증시에 투자하는 선구퉁을 통해 21억6800만 위안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인민은행은 이날 1년 만기 LPR을 전달과 같은 3.45%로 유지한다고 공시했다. 5년 만기 LPR도 4.2%로 유지했다. 지난주 인민은행이 LPR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은 이미 LPR 동결을 예측했으나, 부양책 필요성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실망감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한국시간으로 내일 새벽 3시에 있을 FOMC 회의를 앞둔 관망 분위기도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한산한 장세가 나타났다.
인민은행의 이번 동결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보다는 미국과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아 환율을 방어하고, 자금 이탈을 방지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51위안까지 치솟으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간 유동성 공급을 충분히 해왔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인민은행은 1년 LPR을 0.1% 인하했으며, 15일에는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내려 시장에 약 5000억 위안(약 91조원) 가량의 유동성이 공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업종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여행 및 관광지(-4.25%), 호텔식음료(-3.00%), 철도도로(-0.66%) 관련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추가 부양책이 나오지 않자 중추절(仲秋節·중국의 추석)과 국경절 황금연휴(29일~10월 8일) 대목에 소비가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을 곧 완성해 내놓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반도체(-1.46%) 관련주 역시 하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안전 우려로 중국산 해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업(1.22%)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종목별로 보면 궈롄수이찬(國聯水産·300094.SZ)이 2.49%, 다후구펀(大湖股份··600257.SH)과 장쯔다오(獐子島·002069.SZ)가 각각 1.88%, 1.20%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왕타오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인하한 것과 같은 4.8%로 유지한다”며 “부동산 침체 장기화, 부양책의 규모와 속도는 여전히 중국 경제 성장에 있어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연내 추가적인 LPR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신용평가사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물가상승률이 낮아 연내 LPR이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4분기에 MLF 금리가 인하되면 LPR 인하가 후속 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