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위증죄로 또 불려가요. 좀! 의원님께 공손하게! 자세 바르게!"
다음 달 진행될 국회 국정감사에 대기업 총수와 금융지주 회장 등 경제계와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증언대에 설 전망이다. 지난해가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플랫폼 국감'이었다면 올해는 아파트 부실 시공과 중대재해,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 잼버리 부실 준비 등이 겹치면서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소환될 전망이다. 대형 로펌들은 오너가 출석하지 않도록 하거나 국감 예행연습을 시키는 등 '오너 지키기'에 돌입했다.
건설사·금융권 '비상'···잼버리 관련 업체도 '발등에 불'
각 상임위원회 의원들은 올해 일어난 주요 사건과 관련한 증인과 참고인 선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증인 명단을 21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금융권에서는 13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BNK금융그룹 빈대인 회장과 라임펀드 특혜 환매 알선 의혹을 받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도 증인 채택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는 국민 공분을 산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관련 업체도 국감장에 불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잼버리 공식 유통 후원사로 선정된 GS리테일은 편의점을 독점 운영하면서 ‘바가지 영업’ 논란을 빚었다. 아워홈은 곰팡이가 핀 구운 계란을 공급한 데다 식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업 총수보다 실무진 출석 당위성 피력
대형 로펌들은 국감을 앞두고 '오너 지키기'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가능한 한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불려가지 않고 실무진이 출석하도록 국회를 설득하는 작업은 필수다. 직접 의원실에 찾아가 사전에 해명하거나 기업 총수 등보다 휘하 실무진이 더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다고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로펌도 있다.A대형 로펌 변호사는 "오너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라며 “의원실에 직접 찾아가 사전에 해명이나 설명을 하거나 이슈가 해소됐다고 설득하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나 CEO가 출석하면 회사 이미지가 상당히 추락할 수 있다"며 "최대한 실무진이 참석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오너‧CEO 출석이 불가피하면 다음 단계는 '족집게 과외'다. 로펌이나 기업 회의실에서 오너를 책상에 앉혀 놓고 국감 예행연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로펌은 다소 공격적인 질의가 이어져도 절대 의원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말이 길어져 더 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소 '원론적'이면서도 사후 위증에 걸리지 않도록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B대형 로펌 변호사는 "회장이 창피를 당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위증으로 문제되지 않게 예상 질문과 답변을 자문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정중해 보이게끔 기본적인 애티튜드(태도)도 코칭을 한다"며 "오너 답변을 듣고 '그것도 몰라요?'라며 버럭하는 패턴도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로펌업계는 기업들이 국감을 이미지 쇄신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언론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만 드러났지만 조명을 받지 못한 긍정적인 부분을 끄집어내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C대형 로펌 변호사는 "기업 대표들이 나와 우리 기업을 똑바로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면 된다"며 "논란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회사 비전은 어떤지 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