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안보‧경제 무능'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전 정권 수장이자 야권의 원로로서 사실상 여야 정쟁 한복판에 서게 된 셈이다. 이는 윤 정부가 경제와 외교, 이념 등 'ABM(Anything But Moon)', 전임 정부 지우기 수준을 넘어 '범죄단체'로 몰아가는 상황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윤 정부의 이념 논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경제·안보 성적이 보수 정부 때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의 서울 방문은 지난해 5월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경남 양산에 내려간 지 1년 4개월 만이다. 이번 공개행보는 윤 정부의 전임 정부 때리기가 '정치적 금도(襟度)'를 넘어도 한참 넘었고, 내년 4월 총선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감사원의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제기와도 맞닿아 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5일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7년 6월~2021년 11월 청와대 주도로 부동산 통계와 소득·고용 통계에서 조작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전 정부 주요 인사 22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이는 문 정부의 지난 5년 성과가 상당 부분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상황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국기문란 수준"이라며 "주식회사 대한민국 회계 조작 사건을 엄정하게 다스리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에서도 "국정농단의 최정점 윗선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면서 문 전 대통령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10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감사원은 2020년 북한 해역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사망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의혹이 있다면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20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 관련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4대강 보 해체 과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고의 지연 의혹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등에서도 전임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들은 용산 대통령실의 하명을 받은 감사원이 확정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 수사가 이어지며 보수 언론이 이를 확산시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