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관영 매체는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고에 나섰다.
중국전자제품수출입상회 고위 관계자는 14일 차이신에 ‘중국 전기차가 막대한 국가 보조금 탓에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다’는 유럽연합(EU)의 주장을 지적하며 “국내 제품이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건 정부 보조금이 아닌 완벽한 산업 공급망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 역시 중국 공급망 덕을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루퉁 중국 외교부 유럽사(司) 사장은 X(옛 트위터)에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 자료를 올리고 “EU 회원국 다수가 전기차 산업에 보조금을 준다”며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는 순전히 보호무역주의이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EU의 조사 결과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EU의 조사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편향된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며 “보호주의가 중국 전기차 산업을 억압하는 데 사용된다면 중국 역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반덤핑 관세 혹은 상계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값싼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로 유럽 자동차 산업이 위협받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유럽은 중국 전기차의 최대 수출지로 이 경우 중국 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전기차는 벨기에 가장 많이 수출됐으며 영국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전체 완성차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39.1%로, 2018년 5.7%에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 업계는 EU의 반보조금 조사에서 중국 기업들이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가 국영 상업은행 등과 같은 중국 국영기업을 모두 공공기관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야디(BYD) 관계자는 “변론의 여지가 많지 않아 결국 관세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보조금, 감면 혜택 외에도 국영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은 중국 전기차 기업에 원자재와 부품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국영은행은 전기차 기업들을 상대로 저금리 대출도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 양대 자동차 생산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어 아직 고액 관세 부과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의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잃은 프랑스와는 달리 독일은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에게 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