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총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서행 KTX도입, 4조2교대 시행 등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정부가 “정책사항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긋는 등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이번 파업에는 필수 유지인력 9000여 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3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노조측이 파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발을 볼모로 불편을 초래하고 산업계 물류 수송에도 악영향을 주게 돼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4년 만에 총파업에 나선 노조는 수서행 고속철도(KTX) 투입 등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철도 공공성 확보를 위한 민영화 저지와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근무제 개선 등을 위해 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경쟁체제 유지냐, 아니면 국민 편익 확대냐의 싸움"이라며 "정부와 사측은 국민 편익이 아닌 경쟁 체제 유지를 선택했고, 이에 따라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철도노조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정부의 정책을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 사항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당장 수용하기 어렵거나 현재 검토 중인 정책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철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한 바가 없으며, KTX와 SRT의 철도 통합 또한 장기간 논의를 거쳐 현 경쟁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재고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통합 문제는 노조가 참여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통해 장기간 논의하다가 판단을 유보해 현재 공기업간 경쟁체제를 유지키로 한 것"이라며 "민영화를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전했다.
노조의 수서행 KTX 요구에 대해서는 △종착지 변경으로 인한 이용객 혼선 △코레일과 SR 간 상이한 선로사용료와 운임체계로 인해 동일 노선 열차에서도 발생하는 운행비용 차별화 △같은 경로임에도 서로 다른 앱을 통해 예매를 해야 하는 점 등을 근거로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4조 2교대 전면 시행'은 철도 안전 관리체계 변경 승인 대상으로, 인력감소에 따른 안전 영향 여부를 전문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요구안도 핵심 쟁점이다. 노조는 경제성장률·물가 인상 등을 반영해 기본급 월 29만2000원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소요 재원이 932억원에 달해 재무 여건을 고려하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명확해 이번 총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철도노조 측은 1차 총파업은 경고 차원으로 이후 진행 과정에 따라 추석 연휴까지 2차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10년간 철도노조 총파업은 2013년 12월(파업기간 23일), 2016년 9월(74일), 2019년 10월(4일), 2019년 11월(5일) 등 네 차례 있었다.
전 정부에서 있던 두 차례 철도노조 총파업은 SRT 통합, 임금정상화, 4조2교대 인력충원 등이 요구사항이었고 파업기간이 최대 5일을 넘기지 않았다. 반면 2013년, 2016년에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최장 두 달여간 파업이 진행됐다. 당시 파업 요구사항은 철도민영화 철회(2013년), 성과연봉제 도입 철회(2016년) 등이었다.
코레일 측은 노조의 파업사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추가 협상 계획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잡혀있는 게 없다"면서도 "파업사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