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후 첫 의미심장한 접촉"…핵불량국 北·핵 으름장 러 손잡아

2023-09-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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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가장 큰 승자…러 석유·첨단기술 확보 길 열려"

핵 위협 고조…한반도 넘어 세계적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이 회담하는 것은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사진타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타스·연합뉴스]

“소련 붕괴 이후 북한과 러시아 간 첫 의미심장한 접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여 만에 마주 앉은 가운데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전 세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평이 잇따른다. 핵 위협을 앞세우는 북한과 러시아가 전방위 협력에 나서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핵 불량국’ 북한에 날개를 달아주며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 
 
“김정은이 가장 큰 승자···러 석유·첨단 기술 확보 길 열려”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하면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회담은) 무기 거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 관점에서 이는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매우 의미심장한 접촉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북한이 러시아에서 직접 석유와 가스를 얻고, 무기 공급을 대가로 첨단 기술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 생각에 가장 큰 승자는 김정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러 관계가 더욱 강력해지면 한국과 한반도, 그리고 전 지역에서 러시아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신은 이번 회담은 북·러가 국제사회 눈치를 보지 않고 양국이 똘똘 뭉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북한에서 재래식 무기를 사들이는 거래 자체가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것인 만큼 러시아는 서방 측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과 밀착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다.
 
회담을 통해 북한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다량·다종의 탄약과 러시아 방위산업에 사용될 원자재 등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첨단 무기 기술을 북한에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정권·체제 유지를 위해 군사 기술 현대화, 위성발사 기술 등이 절실하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러시아를 통해 식량과 에너지 공급을 모색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며 “경제를 유지하려면 원자재와 연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 발언 역시 북·러가 군사 협력을 넘어 경제 등 전방위로 협력을 도모할 것임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 전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우리는 정치·경제·문화를 포함한 아주 많은 의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경제 협력, 인도주의적 문제, 한반도 정세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북·러가 최소 몇 년간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재임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안드레이 코지레프는 BBC와 인터뷰하면서 "푸틴은 제재를 어떻게 우회하는지, 중국·북한·아프리카 일부 정권과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매일 배우고 있다"며 "그것은 미래를 위한 대안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동안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핵 불량국 간 만남···한반도 넘어 세계적 위협
북·러 만남이 핵 위협 고조로 귀결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빈번하게 핵전쟁 으름장을 놓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21세기에 유일하게 핵실험을 한 북한과 손을 잡는 것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북·러를 더욱 고립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다음 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며 한·미·일은 북한 측 탄약과 원자재가 러시아 손에 넘어가는 사태를 막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코트라 주최로 열린 한·미 통상협력 포럼 기조연설에서 "무엇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불법적인 전쟁을 수행하는 데 쓰일 기술과 물자를 얻기 위한 러시아의 수출통제 우회 능력을 계속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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