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아주는 대위변제액이 크게 늘면서 향후 3년간 3조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대위변제액은 급증하는 반면 HUG가 대신 갚아준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회수하는 속도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라 회수율 향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에 제출된 2023~2027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HUG는 올해 1조7558억 원, 2024년 1조4688억원, 2025년 3229억원 등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HUG는 개인보증사고와 대위변제액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당기순손실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1∼7월 HUG 대위변제액은 1조65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대위변제액 3510억원에 비해 4.7배 늘었다. HUG의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0억원에서 2022년 9241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5개월 만에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반면 HUG가 7월까지 회수한 금액은 대위변제액의 15% 수준인 2442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대위변제액은 급증한 반면 회수는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HUG는 지난해 12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보증 기관인 HUG의 자본금 감소는 HUG가 주택시장에 제공하는 각종 보증 한도를 축소해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HUG 보증 한도는 자본금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당기순손실은 자본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HUG는 지난해 10월 '리스크 모니터링 결과보고서'를 통해 "자기자본 축소 시 보증배수가 2023년 말 59.7배, 2024년 말 66.5배로 전망됨에 따라 법정 보증한도인 60배를 초과하게 된다"며 "보증배수가 한도인 60배를 넘지 않기 위해서는 1조66억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고, 안정적 보증건전성(보증배수 55배)을 유지하려면 총 1조6841억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또한 재정 악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인 만큼 앞으로 역전세 대응 등의 문제에서 HUG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
HUG는 이와 관련해 정부출자와 자체 재무건전성 강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올해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HUG에 대해 3839억원의 출자를 확정했고 내년 예산에 7000억원을 반영해뒀다. HUG의 보증 한도를 보증배수 60배에서 70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내년까지 HUG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출자하기로 한 것이다.`
HUG는 규모 등이 확정된 1차 증자를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7000억원에 이르는 내년 2차 증자는 국회의 예산안 심의 결과에 따라 규모가 확정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대해서는 보증가입과 심사기준을 정비해 사고율을 줄이고, 악성임대인 관리 강화 등으로 채권회수율을 높일 방침이다.
유병태 HUG 사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악성임대인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바로 경매를 신청하겠다"며 "수사의뢰뿐 아니라 은닉재산 발굴을 위해 힘쓰고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강제 절차를 통해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보증보험이 계속될 경우 HUG의 손실 확대는 물론 전세사기 등의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보증보험 관리를 보수적으로 하면서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등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어 만약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 HUG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점차 보증보험 가입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보증보험 운영을 지금보다 더 타이트하게 가져가고,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