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보 당국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전용열차인 '태양호'를 타고 평양을 출발, 목적지로 알려진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 빠르면 이날 밤, 늦어도 12일 오전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차로 이동한다면 거리는 약 1200㎞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4년 전 첫 정상회담 때 이동했는데, 북한 내 열악한 철도 상황으로 20시간 이상이 걸렸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12일쯤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이 미국에 의해 사전 노출된 만큼 일정과 장소를 변경하거나 연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러시아 언론은 크렘린궁 대변인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 진행 중인 동방경제포럼(EEF) 행사 기간에는 회담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방부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만약 방문하게 되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현실화한다면 재래식 무기와 핵잠수함 기술, 식량 등 맞교환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북·러 정상회담이 상호간에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재래식 포탄 등 무기 체계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북한은 식량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난도가 높은 기술을 받는 등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소련 시절부터 보면 러시아가 그렇게 호락호락 자기 기술을 어느 주변국이나 동맹국에게 준 사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 위원은 “해킹을 해서 뺏어가거나 예전에 근무했던 인원들을 데리고 가서 기술을 뽑아내면 몰라도 러시아 정부가 직접 (군사기술을) 전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평가했다.
북·러 간 무기 거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는 대러 제재, 대북 제재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CBS방송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전략적 실패를 경험한 러시아의 자포자기 행위의 일환”이라며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이 어떤 식으로 끝날지 자명하다. (무기 거래는) 러시아와 북한을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 정부 입장도 단호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만나 “러·북 관계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