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을 세수 부족분에 메우는 데 활용하면 당장은 관리재정수지(정부 재정 적자 판단 기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국엔 이를 충당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 주중 세수 재추계 결과 발표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세수 재추계 결과와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내놓는다. 세수 펑크가 올해 재정 운용과 관련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발표될지는 미지수다.
올해 1~7월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쪼그라들었다. 올해 남은 5개월간 지난해처럼 걷는다 해도 당초 추산한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47조9000억원 부족하다. 세입 여건이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악화하면 세수 부족분은 최대 60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악화 요인인 국고채 발행을 하지 않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자금을 끌어와 공자기금으로 넘기고 이를 일반회계로 전환하는 형태로 세수 결손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불용예산과 세계잉여금을 먼저 쓰고 나머지 금액을 공자기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통상 매년 10조원 안팎으로 예산 불용액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도 예산 불용액 10조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초과 징수에 따른 세계잉여금 6조원 가운데 3조원가량을 끌어올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나머지 23조원은 모두 공자기금으로 충당한다는 얘기다.
공자기금 동원, 조삼모사 대응 지적
문제는 기금을 투입해도 국가채무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채무는 크게 금융성 국가채무와 적자성 국가채무로 나뉘는데 공자기금, 외평기금은 금융성 채무에 해당한다. 다만 공자기금 등을 활용하면 이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고채는 적자성 채무다.
단기적으로는 관리재정수지를 유지·관리할 수 있으나 시일이 지나면 적자성 채무가 늘어나는 식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외화자산이나 대출금 등 대응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적자성 채무를 갚으려면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긴다는 점에서 '질 나쁜' 채무로 불린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외평기금의 공자기금 신규 예탁을 줄여 확보한 공자기금 재원을 일반회계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성 국가채무 중 외환시장 안정용 채무가 (활용된 공자기금 재원만큼) 줄어들게 되고 일반회계 적자채무는 그만큼 늘어난다"면서 "(회계상) 국가채무가 늘어나진 않지만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질 나쁜 채무 비중은 커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시나리오대로 움직여도 적자성 채무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적자성 채무가 718조원, 내년에는 올해 예산(721조3000억원)보다 9.9% 늘어난 792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63.6%에서 내년 66.2%로 높아지고 2027년에는 68.3%까지 높아진다.
국가채무가 늘면서 지출 이자도 매년 늘고 있다. 국가채무 이자 비용은 올해 22조9000억원에서 내년 27조4000억원, 2025년 29조6000억원, 2026년 32조3000억원, 2027년 34조8000억원으로 연평균 11.0%씩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이자 비용을 합치면 147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적자성 채무 등을 갚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적자 국채를 비롯해 국고채와 관련해 부담하는 이자인 공자기금 국채 이자 역시 올해 19조2000억원, 내년 22조5000억원, 2025년 24조7000억원, 2026년 27조4000억원, 2017년 30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공자기금 투입 결정이 조삼모사식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올해 세수가 생각보다 덜 걷히면서 긴축재정 기조로 운영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 채무를 늘리는 것보다 최대한 쓸 수 있는 카드를 쓰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훗날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자기금 역시 국고채 발행 등 방법으로 언젠가 다시 채워 넣어야 하고 외평기금 규모가 축소되면 환율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외평기금 재원도 잘 관리해야 한다고"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