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에 실존적 위협이라며 단호한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동북아시아에서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 간 진영 대결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한·일·중 3국 협력을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와 서면으로 인터뷰하면서 “날로 고조되는 북한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은 아세안 국가들에도 직접적이며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아세안이 단합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인도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하기 위해 이날 출국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 나선 것은 갈수록 중요성이 부각되는 아세안, 인·태 지역과 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세계 5대 경제권인 아세안은 우리나라 제2의 교역·투자 대상 지역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을 추월해 인구 세계 1위에 오른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중국 경기 침체와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은 한국에는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일과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아세안·인도와 관계 증진은 국가 안보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아세안에 대한 지원 확대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고 대화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개방성·투명성·포용성 등 아세안이 표방하는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 인·태 전략의 협력 원칙인 포용·신뢰·호혜와도 맞닿아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을 핵심 파트너로 삼아 필요로 하는 실질적 지원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의 강점인 디지털과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미래 협력 사업을 제안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은 한국과 아세안이 대화 관계를 수립한 지 35년이 되는 해”라며 “한국과 아세안이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할 최상의 시기”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한·일·중 협력을 복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제 한·일·중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며 “한국은 3국 간 협의체 의장국이자 아세안+3(한·일·중)에서 3국을 대표하는 조정국으로서 한·일·중 간 협력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높아지는 북한 위협에 비춰 한·미·일 공조 강화는 당연한 선택이지만 다른 주요국과도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일 정상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지역 내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지목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특정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3국은 보편적 가치와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증진함으로써 모든 국가에 이로운 결과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