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6년 5개월 만에 돌아오면서 여행·유통 업계와 지방 소상공인 등의 기대가 한껏 부풀고 있다.
다만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방한 유커 수를 크게 웃돌아 서비스수지 적자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특히 중국 경제 악화로 유커의 씀씀이가 과거만 못할 가능성이 커 내수 진작 효과 자체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03만2000명으로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월간 기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 동월 대비 71% 수준이며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291% 급증한 수치다.
관광공사는 "중국은 5월부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관광객이 증가하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함에 따라 20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국경절 연휴와 항공기 동계 운항 시즌(10월 29일)을 전후로 항공 수요가 72만명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여행수지 전반이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상반기 내국인 출국자 수가 1209만명에 달한 반면 방한 외국인 입국자 수는 443만명에 그치는 등 격차가 컸던 탓이다.
외국인의 국내 여행보다 내국인의 해외 여행이 많으면 여행수지 적자가 커져 서비스수지를 포함한 전체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연차를 잘 활용하면 추석 연휴와 임시공휴일, 개천절, 한글날까지 이어지는 총 12일의 '황금 연휴'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기간 숙박 할인쿠폰을 60만장 배포하고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할 방침이지만 방역 조치 완화로 국내보다 해외로 향하는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국적 항공사들의 주요 국내선·국제선 노선 예약률은 80~90%로 예년보다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 여행수지는 58억3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억5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2배 가까이 커졌다. 추석 연휴 등을 거치며 적자 폭이 추가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중국 관광객이 생각하는 것만큼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국인들의 (해외) 여행 수요가 커진 상태라 여행수지가 단기간 내에 흑자로 돌아서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서비스수지가 계속 적자를 나타내더라도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이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늘어나며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추석 연휴를 포함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는 계속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